김정일에 직접 보고… 정책 좌지우지
강석주(75)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는 지난 20여년간 북핵 및 대미외교를 주도해왔던 북한의 외교 거물이다. 특히 1994년 미국 클린턴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북미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낸 것이 대표적 성과로 꼽힌다. 이런 위상 때문에 그의 유럽행은 한반도 주변국 전체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86년 북한 관료로는 젊은 나이인 47세에 차관급인 외교부 제1부상에 임명된 강비서는 24년간 같은 직책을 맡으며 북핵 외교를 총괄해왔다. 외무상 보다 직책이 아래였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으며 북한의 외교정책을 좌지우지해온 실세였다. 그가 외무상을 건너 뛰고 김 위원장에게 직접 보고를 할 정도여서 ‘외무상’은 얼굴마담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당시 북측 수석대표를 맡았던 그는 이후에는 대미협상 일선에 나서지는 않은 채 막후에서 협상을 지휘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2007년 영변 핵시설 폐기와 관련해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방북한 크리스토퍼 힐 당시 미 국무부 차관보를 면담하는 등 북한을 방문한 미국 대통령 특사와의 대화도 도맡았다.
2010년에 내각 부총리로 승진하며 승승장구한 그는 2012년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에도 건재를 과시했다. 올 1월 미국 프로농구 출신 데니스 로드먼이 방북했을 때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곁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올해 4월에는 내각 부총리에서 물러나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로 자리를 옮겨 당의 외교 수장 역할을 맡았다. 전임인 김영일 국제담당 비서가 ‘중국통’인데 반해, 강 비서는 대미통이라는 점에서 김 제1위원장이 대중 외교에서 벗어나 대미 외교를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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