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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기관 교수가 정치현안 입장 밝힐 땐 연구원장 승인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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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기관 교수가 정치현안 입장 밝힐 땐 연구원장 승인받아야"

입력
2014.09.0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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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일 KDI 교수
유종일 KDI 교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교수가 경제민주화 등 국가 현안에 관련한 견해를 밝히려면 연구원장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학자들에 대한 사전 검열을 정당화한 판결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고법 행정8부(부장 장석조)는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대학교 교수가 교원심사소청위원회(소청위)를 상대로 낸 정직 1개월 처분 취소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유 교수는 2012년 2월 휴가 및 휴직을 신청하고 19대 총선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가진 뒤 언론 기고와 토크 콘서트 등 정치활동을 이어갔다. 공천을 받지 못한 유 교수는 뒤늦게 자신의 휴직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을 알았지만 다른 후보를 지원하는 등 활동을 계속했다.

총선 후 KDI는 유 교수가 38건의 대외활동을 하며 무단으로 직장을 이탈하고 사전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위원회를 열어 2012년 6월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다. 사립학교로 분류되는 국제정책대학원대학교는 직원대외활동요강을 통해 ‘연구원의 공식 의견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고, 이로 인해 연구원의 명예나 위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외활동’에 대해 원장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유 교수는 소청심사를 통해 정직 1개월로 감경 받았지만 역시 부당한 처분이라고 법원에 소송을 냈다.

1심과 항소심 모두 유 교수가 휴직 승인을 확인하지 않고 정치 활동을 벌인 것에 대해서는 “직무이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유 교수의 대외활동이 KDI의 직원대외활동요강에 어긋나는지에 대해서는 판단이 달랐다. 1심 재판부는 “소득 재분배, 재벌개혁 등에 관한 학문적 연구결과나 평소 자신의 견해를 밝힌 것에 불과하다”며 “KDI 교수로 소개됐다 해도 KDI의 공식 의견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KDI 소속 교수라고 소개하면서 의견을 개진하는 경우 공식 의견으로 인식될 여지가 충분하다”며 판단을 달리했다. 재판부는 “유 교수에게 학문연구와 사회활동의 자유가 인정된다는 점은 별개로 판단해야 한다”면서 “KDI 요강이 학문, 정치 자유를 침해해 위헌으로 무효”라는 유 교수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취업규칙인 KDI 요강은 법률이 아니므로 위헌 심사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권영숙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노동위원장은 “소속을 밝혔다고 연구원의 공식입장으로 보여질 수 있다는 건 과다한 해석”이라며 “대외활동이 연구원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은 사전검열을 주장하는 것으로 지식인인 교수의 학문적 자유를 잠재적으로 압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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