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앞둔 대기업도 다수 포함, 모두 104개 회사 주식 거래
홈트레이딩시스템으로 간편, 증권사 계좌 통해 안전성 강화
상ㆍ하한가 폭 30%로 설정, 주가 급락 땐 피해 커지 수도
양도세 10~20% 부과 감안하고 기업 경영상태 등 확인 후 투자해야
지난달 25일 비상장 우량기업의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장외 주식시장 K-OTC가 문을 열면서 장외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기존에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던 장외 주식거래 시장인 ‘프리보드’에선 비상장 중소기업 주식만 거래됐는데 K-OTC는 상장 예정 대기업인 삼성SDS, 미래에셋생명, 포스코건설 등을 대거 포함하면서 장외시장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K-OTC에서 거래되는 회사는 총 104개이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K-OTC에서는 개장일인 지난 25일부터 1일까지 일주일간 총 234만주, 59억원이 거래됐다. 하루 평균 50만주, 10억원 이상 거래되는 셈이다.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 없이 개인투자자들만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거래가 꽤 활발하다. 김정수 금융투자협회 부장은 “과거에는 거래되지 않았던 우량기업들이 다수 들어오고, 거래안전성이 보장되면서 투자자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장외주식도 상장주식처럼 거래
장외주식은 주로 자산가들이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의 소개로 투자하거나 특정 회사에 대한 정보를 가진 사람들만이 알음알음 거래해왔다. 하지만 K-OTC 개장으로 장외주식도 상장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게 되면서 초보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방법도 편리해졌다. 일단 증권사에서 계좌를 개설한 뒤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컴퓨터에 설치하고 매매 주문을 하면 된다. 증권계좌를 갖고 있는 투자자는 HTS에서 K-OTC창을 열고 1주부터 매매를 할 수 있다. 매매시간도 유가증권시장과 동일하게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기존에 장외주식을 거래하려면 주로 사설 인터넷사이트의 매매 게시판을 통해 개인끼리 연락처를 주고받거나 중개인을 통해 2%대의 수수료를 내고 매매했다. 그러다 보니 허위로 주문하거나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주식을 파는 등 거래안전성이 낮았다.
그에 비해 K-OTC는 HTS를 통해 매수호가와 매도호가가 맞으면 바로 거래가 체결되고 증권사를 거쳐 거래가 진행된다. 주식과 위탁증거금 100%가 거래자의 증권사 계좌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거래 안전성이 보장된다. 매매가격도 실시간으로 공개되기 때문에 시세정보도 투명하다. 증권사 위탁수수료는 기존 온라인 주식거래와 동일하게 0.1% 안팎으로 사설 중개인들보다 훨씬 저렴하다.
등락폭 주의…양도소득세도 부과
기존보다 안전하게 장외주식을 거래할 수 있게 됐지만 주식 상ㆍ하한가폭이 30%로 설정됐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특히 유가증권시장에 비해 기업공시 등 기업정보가 부족하고, 거래 이상 징후가 발생했을 때 거래정지나 투자주의 경보 등 시장감시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자칫 주가가 급락할 때는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지난주(8월25~29일) 엔터기술(-86.02%), 한양(-77.33%), 넥스콘테크(-69.96%), 하이투자증권(-63.02%) 등 일주일 만에도 주가가 70~80%씩 빠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반면 삼성SDS는 지난달 25일 1주당 4만7,550원에 거래를 시작해 2일 27만원을 훌쩍 넘었다. 이밖에 지오엠씨(1,313.46%), 제주항공(576.41%), 삼보오토(281.82%) 등도 주가가 고공행진 중이다.
등락폭이 크기 때문에 기업 내부사정을 파악해 신중히 투자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또 장외주식의 경우 상장 자체가 이뤄지지 않으면 주가가 떨어지고 유동성이 부족해지면서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위험도 크다. 정훈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K-OTC에서 거래되는 기업의 경우는 상장되지 않았기 때문에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극히 제한적이다”라며 “정확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투자를 하면 이후 해당 기업의 경영상태에 따라 주가가 요동치게 돼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시장과 달리 비상장 주식을 매도하면 양도소득세가 10~20% 부과된다. 대기업은 20%, 중소기업은 10% 등 매매차익에 대한 세금이 부과된다. 다만 벤처기업은 비과세가 유지된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은 대주주를 제외하고 주식양도소득세를 매기지 않는다. 장외주식의 수익률이 좋아 차익실현을 하더라도 세금 때문에 자칫 원금마저 까먹을 위험이 있다는 얘기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공시를 따로 하지는 않지만 투자할 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예탁결제원의 증권정보포탈 등에서 해당 기업의 사업보고서 등을 확인해 판단해야 한다”며 “몇몇 스타 기업들에 묻지마 투자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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