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우가 휩쓸고 간 이후 1주일째 샤워실에서 스티로폼을 깔고 잠을 자고 있습니다. 구청에선 잠자리에 대해선 아무런 말이 없고 쌀만 10kg 갖다 줬어요. 안전 문제로 전기를 끊은데다 냄비도 없는데 어떻게 밥을 해 먹겠습니까.”
2일 오전 9시 부산 금정구 장전3동 소정천삼거리에서 만난 신사웅(66)씨는 침통한 표정으로 담배를 물고 있었다. 만신창이가 된 집을 청소하다 잠시 쉬는 중이라고 했다. 신씨는 “천재지변이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적어도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에 대해선 구청이든 시청이든 도와줘야 하는 게 아니냐”며 하소연했다.
지난달 25일의 폭우로 온천천이 범람, 큰 피해가 발생한 부산 금정구 장전3동이 당국의 수해 복구에서 소외되자 주민들의 원성이 높아가고 있다. 기장군 등 같은 날 수해를 입은 타 지역과 비교하면 당국의 무관심이 너무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찾은 장전3동 주택가 인도에는 물난리로 버려진 쓰레기 더미가 쌓여 악취가 코끝을 찔렀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인도를 지나는 시민들은 한결같이 코를 막고 인상을 찌푸렸다. 골목과 집 안 곳곳에는 물에 젖은 연탄이 그대로 나뒹굴었다.
이 동네에서 23년째 살고 있는 심종근(67)씨는 “도로의 흙먼지가 날려 숨도 제대로 못 쉬겠다”면서 “구청에서 1일까지 밖에 버려진 쓰레기를 치워준다 했는데 처리를 하지 않아 냄새가 진동을 한다”고 한 숨을 내쉬었다.
복구에 여력이 없어 집을 버리고 이사를 간 경우도 상당수였다. 주민 김용학(46)씨는 “몇몇 집은 집을 놔두고 친척집에 가거나 아예 전세금을 돌려받지 않은 상태에서 이사를 간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기자는 복구 실태와 추진계획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듣기 위해 이날 금정구 도시안전과에 수 차례 문의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금정구는 이날 ‘금정구 침수피해 122억원, 특별재난지역 선포 요건 초과’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피해복구를 위해 53사단 등 장병과 소방ㆍ경찰ㆍ일반공무원, 자원봉사자 등 1만2,600여명이 동원됐으며, 현재 복구율은 99%로 공공시설 및 사유시설 등의 응급복구는 완료됐다”고 밝혔다.
전혜원기자 iamjh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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