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형 혁신ㆍ맞춤형 대안학교 운영…“아이들, 교사 모두 행복하게”
7월 1일 경남의 첫 진보교육 시대를 연 박종훈(53ㆍ사진) 경남도교육감이 최근 ‘배움 중심의 새로운 교육’이란 화두를 던졌다. 가르침이 우선한 교실에서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배움을 실천해 가는 즐거운 교실을 만들자는 것이다. 경남형 혁신학교와 맞춤형 대안학교 운영 카드는 그 방안이다. 이를 통해 침체된 경남의 교육수준을 높이겠다는 게 그의 복안이다. 취임 3개월을 맞아 ‘소통과 공감의 교육공동체’ 만들기에 분주한 박 교육감을 만나 진보 경남교육의 비전을 들어봤다.
-‘경쟁+협력’의 스웨덴식 수업을 도입하겠다 했는데
“저를 오해하는 분들 중에는 경쟁을 아예 도외시하거나 백안시한다고 여긴다. 그러나 경쟁이 없는 사회는 있을 수 없다. 다만 그 경쟁이 피곤하고, 영혼을 황폐화하는 것이 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의 시스템은 개인의 성취와 경쟁을 너무 강조하고 있다. 이것은 분명 개선돼야 한다. 협력을 통해 충분히 배움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자연스럽게 남을 배려하는 마음, 공동체에 기여하는 태도도 익히게 된다. 품성교육이 저절로 이뤄진다는 뜻이다. 협력을 통한 배움은 수업 행태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프로젝트 학습이나 토론 수업과 같은 형태도 가능할 것이고, 평가 또한 그 과정을 소상히 대상으로 삼게 될 것이다. 그러면 이른바 객관식 평가와 같은 시대에 뒤떨어진 평가 방식도 바뀌게 될 것이고, 단선적 배움에서 종합적인 체계로 배움이 축적돼 갈 것이다. 미래는 한 개인의 지식이 이뤄 내는 성과보다 집단지성의 힘이 인류의 삶을 아름답게 만들 것이다. 그것을 이제부터 준비하자는 것이다.
친구를 밟고 올라서야만 내가 이길 수 있는 극단적인 경쟁교육이 우리 아이들을 OECD 행복지수 꼴찌로 내몰았다. 하나의 모둠에는 발표를 잘 하는 친구, 자료를 잘 만드는 친구, 글을 잘 쓰는 친구가 있다. 과제를 수행하는 데 모두 소중한 친구들이다. 시험을 잘 치는 아이들만 선택해야 할 이유가 없다. 이들이 힘을 모아 다른 모둠과 경쟁하는 선진화된 평가시스템이 아이들과 교사 모두를 행복하게 할 것이다.”
-공약한 ‘경남형 혁신학교’의 의미와 추진 일정은
“교육감 취임 후 구상한 교육계획의 핵심 중 하나가 바로 ‘경남형 혁신학교’다. 특히 경남은 물론 국민들은 새로운 변화에 대한 호기심과 설렘을 안고 있다. 경남형 혁신학교는 경남의 제한성과 특수성을 반영하고 일반화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한 제한성, 지역성과 독창성까지도 반영한 특수성을 고려할 것이다. 또한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배움과 협력이 있는 미래학교며 민주성(참여와 협력), 미래성(창의성), 누구나 좋은 배움을 할 수 있는 공공성 등을 철학적 바탕으로 둘 것이다.
그 토대는 ▦미래를 준비하는 배움 중심의 교육과정 ▦전문적인 학습 공동체 ▦소통과 배려의 학교문화 ▦민주적인 학교운영으로 교육적 이성에 보다 근접한 모델이다.
추진 일정은 연차별 계획에 따라 도입기(2014년 9~2015년 2월), 성장기(2015년 3월~2017년 2월), 확산기(2017년 3월~2019년 2월), 일반화(2019년 3월~)로 나눠 추진할 계획이다.”
-교원 업무경감이 교육계의 숙원인데
“임기 중 대표적 추진 공약으로 선생님들을 아이들 곁으로 돌려보내주고 싶다. 제가 구상하는 혁신학교나 폭력 제로 공감학교도 선생님들이 아이들과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져야 이뤄지는 것이다. 선생님들이 행정업무로부터 자유로워야 학습준비 시간이 늘어나고, 동행하는 시간도 늘어나 근본적인 자양이 될 독서 시간까지 늘어날 것이다.
교육은 단위 교실에서 구현된다. 선생님들이 신바람 나게 아이들을 보살피고, 학생들이 즐겁게 배움을 쌓아가는 일 말고 교육이 얻을 것이 무엇이겠나. 선생님들을 업무로부터 벗어나게 해 드리려는 것은 교육의 본질에 맞닿아 있는 문제다. 저는 꼭 실현해 보고 싶다.”
-비정규직 처우개선에 대한 견해는
“비정규직 1만3,000여명을 정규직화하는 것은 교육경쟁력을 높이는 원동력이다. 이를 위해 예산의 뒷받침, 사회적 동의, 법제화의 단계를 밟아야 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다. 교육감 혼자로는 이룰 수 없는 문제, 즉 사회적 문제이다. 저는 우리 교육청 자체의 노력과 함께 교육부와의 끊임없는 협의, 시민사회에 대한 설득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등 꾸준히 노력할 것이다.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해 문화개선을 통한 공동체의 결속, 소통과 공감을 통한 정서적 일체화 등도 차근차근 추진해 나갈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선 기다림의 자세가 전제돼야 한다. 학교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을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이동렬기자 dylee@hk.co.kr
▦박종훈 교육감은 누구
경남 창원 출신으로 마산고와 경남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 시절 학보사 수습기자로 활동하면서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시기에 쓴 저항성 기사로 필화사건을 겪어 중도 하차하기도 했다. 창원 문성고에서 18년간 사회교사로 재직하다 학교 민주화 운동에 몸담으며 촌지거부운동과 교재 채택료 거부운동을 주도했다. 2002년 경남교육위원에 출마, 8년간 의정활동을 펼치며 ‘가장 일 잘하는 교육위원’에 선정되기도 했다. 경남교육포럼을 10년간 이끌며 21차례의 정책토론을 전개하기도 했다. 2010년 교육감 선거에서 2% 차로 낙선했다가 지난 6ㆍ4지방선거에서 39.4%의 득표로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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