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안데르탈인이 그린 것으로 보이는 암각화가 처음으로 발견되면서 네안데르탈인이 그동안 알려진 것과는 달리 현생인류처럼 복합적이고 추상적인 사고를 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유럽 연구진들은 1일(현지시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를 통해 이베리아 반도 남단에 있는 영국령 지브롤터의 고르함스 동굴에서 네안데르탈인이 그린 것으로 보이는 암각화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동굴바닥에서 16인치(40cm) 높이로 벽에서 돌출된 암반에서 발견된 암각화는 샤프(#) 모양과 비슷한 줄무늬 모양으로, 침전물에 덮여 있었다.
침전물 속에는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했던 시기인 3만9천여년 전 것으로 추정되는 석기들도 발견돼 침전물 밑에 있는 암각화의 연대가 그보다 더 오래된 것임을 암시한다.
또 프랑스의 라스코 동굴벽화나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벽화를 그린 현생인류는 그 당시 고르함스 동굴이 있던 지역까지 도달하지 못했다는 점도 이번에 발견된 암각화가 현생인류가 아닌 네안데르탈인의 작품이라는 점을 뒷받침한다.
연구진은 제작자들이 한 줄을 새기는 데는 최소 54차례, 전체 모양을 만드는 데는 317차례 가량 날카로운 석기로 바위를 긁었을 것으로 보면서 이 새김무늬가 우연히 만들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했다.
연구에 참여한 클라이브 핀레이슨 지브롤터 박물관 관장은 추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이 현생인류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던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의 선사시대 연구자 윌리엄 렌두도 이번 발견에 대해 "네안데르탈인 문화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재정의하는 데 크게 이바지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렌두는 "오랫동안 초기 현생인류에게만 있는 것으로 생각됐던 복합적인 상징적 사고와 '추상적 표현'을 발전시키는 능력을 네안데르탈인이 지니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새롭고 더욱 확실한 증거"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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