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우의 '고니' 부담이자 자극
감독님과 고스톱서 사백점 내
연기도 좋지만 빅뱅 활동이 우선
“영화 ‘타짜’ 속편 출연 제안을 받고 몇 달간 고민을 했어요. 이유는 딱 하나, ‘고’ 하는 순간부터 위험 부담이 어마어마하게 클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3일 개봉하는 영화 ‘타짜-신의 손’에서 주인공으로 출연한 그룹 빅뱅의 ‘탑’ 최승현(27)은 “이 영화를 놓치면 아쉬울 수도 있고 엄청난 위험 부담이 큰 자극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출연했다”고 말했다. 허영만 화백의 원작 만화를 좋아하는 마니아가 많고 8년 전 영화 ‘타짜’의 ‘고니’ 조승우가 남긴 잔영이 짙다는 점이 그에겐 큰 부담이자 자극이었다.
최승현이 맡은 고니의 조카 함대길은 일찍부터 손재주와 승부욕이 남달라 도박판에서 ‘타짜’로 이름을 날리지만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나락으로 떨어진다. 우연히 고광렬(유해진)을 만난 뒤 다시 일어선 그는 악덕 사채업자 장동식(곽도원), 전설의 아귀(김윤석)와 한판 승부를 벌인다.
“나사가 풀려 있는 듯한 친구가 단순하고 본능적으로 타짜의 세계에 뛰어들었다가 점점 변해가는 과정을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런 인물을 잘 연기할 수 있을지 저도 기대 반 호기심 반이었죠.”
최승현은 영화를 찍기 전까지만 해도 화투를 전혀 할 줄 몰랐다고 했다. “한번 빠지면 끝까지 갈 만큼 승부욕이 강한 성격”이라서 게임 같은 건 잘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화투 손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마술사에게 여러 가지 기술을 한 달간 매일 하루 네 시간씩 배우기도 했다.
“영화를 찍으며 배우들끼리 심심풀이로 화투를 했죠. 신세경씨가 많이 이겼고 오정세, 고수희 선배는 ‘타짜’급이에요. 저는 늘 감독님에게 바보라는 말을 들었죠. 한번은 감독님과 단 둘이 맥주 내기 고스톱을 쳐서 제가 사백 몇 십 점을 냈는데 그 뒤로 줄곧 술을 얻어 마시고 있어요.”
영화 보는 것만 좋아했을 뿐 배우가 되는 건 상상도 못했던 힙합 소년은 2007년 TV드라마 ‘아이엠샘’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화면 속 자신을 보며 “왜 다른 배우들처럼 연기가 안 될까” 하는 생각에 연기에 대한 욕심을 품었다. “한번 파면 끝까지 가야 한다”는 성격이 발동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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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현은 아직 미완의 배우다. 그도 자신의 단점을 잘 안다. 그는 이전 영화인 ‘포화 속으로’와 ‘동창생’에서 “너무 어두운 것에 끌려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영화에서도 초반부에 엉뚱하고 발랄하며 만화적이던 대길이 후반부에선 진지하고 심각한 인물로 급선회하는데 그 연결고리가 약하다. 그렇지만 그는 “지금 어디까지 와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보여주지 못한 게 굉장히 많다는 확신이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TV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를 즐겨 본다는 그는 여전히 빅뱅의 멤버이고 래퍼다. 영화든 드라마든 좋은 작품이 나타나도 “빅뱅 활동이 먼저”다. “나이가 한두 살 들어가면서 성격도 둥글둥글해졌어요. 빅뱅 활동 하며 해외도 많이 나가고 많은 사람을 만나며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아주 많다는 걸 깨달았죠. 예전엔 개성대로 살았다면 이젠 좀 더 배려라는 걸 배우는 것 같습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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