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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한국이 알면 반환 요구" 약탈 문화재 존재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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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한국이 알면 반환 요구" 약탈 문화재 존재 인정

입력
2014.09.02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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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궁내청이 갖고 있다 지난 2011년 말 돌려 받은 조선왕실의궤 등 조선왕조 도서 147종 1,200책 안착식에서 박석환(오른쪽) 당시 외교부 제1차관과 무토 마사토시 주한 일본대사가 악수하고 있다. 인천공항=김주성기자 poem@hk.co.kr
일본 궁내청이 갖고 있다 지난 2011년 말 돌려 받은 조선왕실의궤 등 조선왕조 도서 147종 1,200책 안착식에서 박석환(오른쪽) 당시 외교부 제1차관과 무토 마사토시 주한 일본대사가 악수하고 있다. 인천공항=김주성기자 poem@hk.co.kr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 교섭의 일환으로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문화재 반환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 재점화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시민단체가 일본 정부에 한일협정문서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재판에서 일본 법원은 “문서가 공개되면 한국과 북한에 문화재 반환을 둘러싼 협정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일본 외무성의 주장을 받아 들여 관련 문서 48건에 대해 비공개를 결정했다.

이를 두고 국내 시민단체는 일본이 여전히 약탈 문화재를 숨기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한다. 일본 정부는 일부 학자의 견해가 문서 내용에 담겨 있어 한일간에 오해를 부를 수 있어 공개하지 않는 것일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 논란을 계기로 내년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을 앞두고 일본에 산재한 문화재 반환 운동도 거세지고 있다.

日 판결문서 문화재 은폐 정황 드러나

논란은 일본군 위안부 등 과거사 피해 소송 전문가인 최봉태 변호사를 대표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강제징용 피해자, 한일 시민단체 회원, 재일동포 등 11명으로 구성된 원고인단이 2008년 한일협정문서 공개를 일본 법원에 제기한 것이 발단이다. 일본 법원은 2012년 1심에서 극히 일부 문서를 제외한 모든 문서를 공개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일본 외무성은 이에 항소하면서 진술서를 냈고 여기에 한국에 숨겨온 약탈 문화재가 존재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오노 게이치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북동아시아과장이 2013년 4월 일본 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 따르면 내용 공개 거부 이유 중 하나로 향후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에서 불리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오노 과장은 “목록의 기재 내용이 공개되면 일본은 외교상 불이익을 받는다고 생각한다”며 “재일 문화재의 다수는 일본이 북한에서 도굴, 탈취한 것으로 이들 전부를 북한에 반환해야 한다고 (북한이)강하게 주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들 문화재 목록 등은 일본이 지금까지 한국에조차 공개하지 않은 것도 다수 포함돼있기 때문에 한국측과 관계에서도 위의 논의가 적용된다”며 “한국측은 지금도 종전 후 일본에 소재하는 조선반도 유래 고서를 포함한 문화재 등에 매우 강한 관심을 갖고 있어 한국측에 인도하지 않은 것에 대해 다시 인도 교섭의 대상을 삼으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7월 말 도쿄고등재판소(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판결에서 일본 재판부는 외무성의 이같은 주장을 수용해 문화재 관련 문서를 대폭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대상 문화재는 도쿄국립박물관 소장 한국 관련 문화재, 도쿄국립박물관 조선고분 출토 미술품 목록 등이다.

이중에는 관련 정보가 공개되면 한국이 반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큰 문화재도 다수 포함돼있다. 대표적인 것이 손케이카쿠문고 관련 문서다. 재판부는 “지금까지 한국측에 공개하지 않은 한반도 유래 손케이카쿠문고 장서의 전모에 관한 정보가 공개되면 일본이 한국에 기증한 서적과 기증하지 않은 서적의 종류, 내용 등에 대한 분석이 가능해져 한국이 더 강경하게 반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비공개를 결정했다. 손케이카쿠문고는 에도시대 가가 마에다 가문이 수집한 장서로, 임진왜란 이전 목판본 장서들이 다수 포함돼있다. 재판부는 또 조선 총독을 지낸 데라우치 마사타케가 한반도에서 강탈한 서적 중 칠서대전 관련 문서의 반출 경위, 1, 2대 조선통감을 지낸 이토 히로부미와 소네 아라스케가 재임 중 가져가 궁내성 소료부에 보관중인 서적의 희소가치 등을 평가한 문서에 대해서도 공개하지 말도록 했다.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서 조선 왕실 약탈 문화재가 처음 공개된 1일 이상근 문화재제자리찾기 공동대표가 고종황제가 사용했던 투구와 갑옷을 카리키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서 조선 왕실 약탈 문화재가 처음 공개된 1일 이상근 문화재제자리찾기 공동대표가 고종황제가 사용했던 투구와 갑옷을 카리키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약탈문화재 은폐 재확인” “은폐 아니다”

이에 대해 최봉태 변호사는 이번 판결을 통해 일본 정부가 한국에서 약탈해 간 문화재를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외무성은 문화재 관련 목록 비공개를 주장했고 사법부가 이를 그대로 받아 들인 점, 그 동안 부분적으로 공개해 온 한일협정관련 문서 중 문화재 관련 부분은 내용은 물론 목록마저 시커멓게 먹칠해 공개한 점 등에 비춰 엄청난 약탈문화재를 숨기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표적인 예로 도쿄국립박물관이 소장한 ‘오쿠라 컬렉션’을 들었다. 금관총 유물로 약탈해 간 것임이 오래 전에 확인됐지만 공개된 목록은 어떤 유물인지 알 수 없게 시커멓게 먹칠돼 있다.

논란이 불거지자 일본 정부도 적극 대응에 나섰다. 모리모토 야스히로 주한 일본대사관 참사관은 “한국측이 납득하기 어려운 반출 경위란 당시 학자가 추측한 견해의 하나이며 그 학자조차도 데라우치 문고가 소장하고 있는 한반도 유래 문화재의 태반은 기증 또는 구입을 통해 취득한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데라우치 총독이 부당한 수단으로 한국 문화재를 약탈 혹은 강탈했다는 표현은 사실이 아니라 것이다.

모리모토 참사관은 “한일 국교정상화 교섭 과정에서 희소본으로 평가되는 문화재는 인도 대상에서 제외하고 희소가치가 낮은 문화재만 인도했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이는 당시 전문가 발언의 일부일 뿐이며 일본 정부가 평가한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일본은 2010년 한일 도서협정을 통해 식민지 기간 중에 조선총독부를 경유해 들여와 일본 정부가 보관하고 있던 조선왕실의궤 등 한반도 유래 귀중 도서는 전부 인도했다”며 “일본이 문화재 목록을 장기간 은폐했다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문화재 반환 요구 갈수록 커질듯

내년 한일협정 50주년을 앞두고 국내 시민단체들의 일본을 향한 문화재 반환 요구는 더 거세질 움직임이다.‘문화재 제자리 찾기’ 대표 혜문 스님은 최근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소장 한국 문화재를 되돌려주도록 요구하는 조정 신청을 도쿄 간이재판소에 냈다. 혜문 스님은 박물관을 운영하는 일본 국립문화재기구가 일본인 사업가 오구라 다케노스케가 일제강점기 한반도에서 수집한 문화재 중에서 기증 받은 ‘오구라 컬렉션’ 가운데 34점의 보관 중단을 요청했다. 이중에는 지난해 도쿄박물관의 일반 공개 전시에서 실물이 확인된 ‘조선대원수 투구와 갑옷’ 등 조선왕실 유물도 포함돼있다.

일본은 1965년 한일문화재 및 문화협력에 관한 협정 체결로 문화재 1,431점, 2011년 조선왕실의궤 등을 반환했다. 하지만 일본에는 여전히 적지 않은 한국 문화재가 산재한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해외소재 한국 문화재는 15만2,915점으로 이중 43%인 6만6,824점이 일본에 있다. 일본의 유명 관광지 가마쿠라 대불의 관월당은 경복궁 건물 일부를 떼어온 것이다. 도쿄 오쿠라호텔 뒤뜰에 있는 이천 오층석탑은 호텔창업주 오쿠라 기하치로가 일제시대 반출한 국보급 문화재다. 혜문 스님은 “국제박물관협의회 윤리 강령에는 박물관 소장 유물의 출처 국가가 반환을 요구하면 이에 대한 대화를 준비해야 한다고 돼 있다”며 “도난 의혹이 있는 문화재를 도쿄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것은 양국 우호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봉태 변호사는 최근 도쿄고등재판소 판결에 대해 “일본 외무성과 사법부는 1965년 한일협정에도 불구하고 대일청구권은 여전히 살아 있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일본 외무성 과장은 문화재 관련 문서를 공개하면 반환 문제가 재연될 수 있다고 증언했다”며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협정으로 대일청구권문제가 끝났다고 하지만 이번 재판에서 속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보여 주었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나아가 한일 과거사와 관련한 여러 부문에서 여전히 대일 청구권이 살아 있음을 일본 정부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고 본다. 그는 “위안부 피해자 소송 등에서 일본 사법부가 명백한 승소판결을 한 것은 아니지만 청구권이 살아 있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자발적으로 배상해야 한다는 기조를 견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 변호사는 도쿄고등재판소의 한일협정문서 미공개 결정에 상고는 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일본 외무성이 노골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이유를 말했고 항소심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인 마당에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가 이를 번복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30년 넘은 외교문서를 공개하지 못한다는 것은 민주주의국가라고 볼 수 없는 만큼 일본 민주주의의 성숙을 촉구해 여론의 힘으로 공개할 수 있도록 압박하겠다”고 말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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