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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산시성은 고위 관료들의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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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산시성은 고위 관료들의 무덤

입력
2014.09.02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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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진(晉)나라 지역인 중국 산시(山西)성이 고위 관료들의 무덤이 되고 있다. ‘산시성에서 공무원을 하는 건 쉽지 않다‘는 뜻의 ‘진관난당’(晉官難當)이란 4자성어까지 다시 회자되고 있다.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열린 산시성 영도간부대회에선 위안춘칭(袁純淸) 산시성 서기 대신 왕루린(王儒林ㆍ사진) 지린(吉林)성 서기를 산시성의 새 서기로 임명한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의 결정이 통보됐다. 특히 이 자리엔 류윈산(劉雲山)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서열 5위) 겸 중앙서기처 서기가 자오러지(趙樂際) 중앙조직부장이 함께 참석, 눈길을 끌었다. 통상 성(省) 정부의 서기가 교체될 땐 중앙조직부 부부장이 현장에 가 전달하는 게 관행이다. 지난 2012년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를 당시 장더장(張德江) 부총리로 급하게 교체할 때에도 상무위원이 직접 충칭으로 내려가진 않았다. 이는 중국공산당이 이번 사안을 그 만큼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각에선 산시성 현지의 반발을 의식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산시성의 1인자인 서기가 전격 교체된 것은 무엇보다 산시성의 공무원 부패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시성은 최근 무려 7명의 성부급(省部級ㆍ우리의 장차관급) 간부가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의 조사 대상에 올랐다. 류 상무위원도 영도간부대회에서 “산시성의 정치 생태에는 적지 않은 문제들이 존재한다”며 “당의 기강과 청렴한 정치를 건설하고 반(反)부패 투쟁을 전개하는 데 있어 당 중앙은 산시의 문제를 고도로 중시해, 이번 지도부 인사를 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유독 산시성에서 부패 공무원이 많이 적발되고 있는 것은 이곳이 중국에서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에 이어 석탄 광산이 많은 곳이란 점과 무관하지 않다. 관료들이 광산업자들과 유착하기 쉬운 환경이란 얘기이다. 걸핏하면 발생하는 광산 사고로 인한 영업 정지 등을 막기 위해 업자들은 공무원의 손이 절실하다. 광산을 국유기업 등에 팔 때에도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서는 고위층과 관계를 돈독히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산시성은 토호의 입김이 강한 곳이다. 13명의 산시성 상무위원 중 7명, 7명의 산시성 인민대표대회 지도부 중 6명이 산시성 출신이다. 9명의 산시성 정치협상회의 지도부는 전부 산시성이 고향이다. 이 때문에 산시성은 이전부터 공무원의 무덤으로 유명하다. 2009년 당시 멍쉐눙(孟學農) 산시성 성장도 탄광 사고로 낙마하며 ‘진관난당’(晉官難當)이란 말을 남겨,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번 산시성 서기 교체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반(反)부패 사정 칼바람을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그 동안 눈치만 보던 지방 정부 1인자들에게 반부패 투쟁을 책임지고 전개하지 않을 경우 좌천될 수도 있다는 강력한 경고가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위안 전 서기의 경우 특별한 부패 혐의가 드러난 것이 없다. 그가 낙마하는 대신 같은 급인 중앙농촌공작영도소조 부조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도 그에게 큰 잘못이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 따라서 그가 전보된 것은 산시성의 1인자란 책임을 물은 것이다. 부하 직원들이 부패를 저지를 때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을 문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이번 인사로 시 주석의 힘은 더 강해졌다. 통상 성(省)의 서기가 물러날 땐 2인자인 성장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일이 많다. 산시성 성장은 리펑(李鵬) 전 총리의 아들인 리샤오펑(李小鵬)이다. 그럼에도 리샤오펑이 서기로 올라가지 못한 것은 리 전 총리 일가에 대한 부패 구설수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원로들에 대한 메시지가 될 수도 있다. 반면 왕루린 지린성 서기가 새 산시성 서기로 임명되며 공석이 된 지린성 서기 자리엔 바인차오루(巴音朝魯) 지린성 성장이 승진 임명됐다. 몽고족 출신인 그는 시 주석이 저장(浙江)성 서기를 지낼 당시 함께 근무한, 시 주석의 사람이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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