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일은 미국 국경일인 노동절. 연방정부는 물론이고 대부분 직장이 휴무에 들어갔다. 그러나 상위 5% 고액 연봉자를 제외한 대부분 미국 샐러리맨은 지난해보다 얇아진 월급 봉투를 실감해야 했다.
1일 미국 경제정책연구소(EPI)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2년 사이 미국인의 실질 소득을 계층별로 분석한 결과, 상위 5% 계층만 연 평균 0.1% 가량 상승했을 뿐 다른 계층에서는 모두 실질 소득이 하락했다. 특히 하위계층일수록 하락 폭이 커졌는데, 최하위 20% 계층의 연 평균 감소율(2.7%)은 중간 소득계층(1.7%)을 훨씬 능가했다.
2차대전 이후 30년간 지속된 미국 경제 번영기(1947~1979)에는 전 계층 실질임금이 매년 2.3% 가량 상승했으며 또 하위 소득계층의 상승률(2.5%)이 다른 계층보다 높았던 것과는 크게 대비된다.
자본과 노동이 힘을 합쳐 만들어낸 부가가치가 기업에만 머무는 현상도 심화했다. 1979년 이후 2013년까지 미국 노동자들의 생산성은 64.9%나 증가했으나, 명목 임금은 8% 상승하는데 그쳤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2013년 실질 임금이 아버지 세대가 받던 1989년 수준을 밑돌고 있는 셈이다.
미국 언론은 이 같은 임금 소득분배 악화와 관련, 미국 기업의 정치권에 대한 치열한 로비와 노동시장 자유화에서 이유를 찾는다. EPI는 실질 구매력으로 평가한 미국의 2013년 현재 최저임금 수준은 1960년대보다 25%나 낮은데, 이는 미국 정부의 친기업 정책과 노조 가입률이 현저히 낮아진 것과 관련이 크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는 기업들의 ‘임금착취’(wage theft)도 우울한 노동절의 주요 이유라고 보도했다. 기업들이 원가절감을 명분으로 인력 파견과 하도급 등의 방식으로 생산직 인력의 조달을 외주화하면서, 휴일이나 초과근무 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NYT는 이날 미국의 글로벌 대표기업인 페덱스와 맥도날드 등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는 ‘임금착취’실태를 조명하는 한편, 별도 사설을 통해 미국 정부와 정치권에 대해 이를 막기 위한 강력한 대책을 주문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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