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나손 등 해외작가와 극과 극
지난 여름 출판가는 나름 뜨거웠다. 체코 작가 밀란 쿤데라가 14년 만에 내놓은 장편소설 ‘무의미의 축제’가 서점을 찾았고 브라질 출신의 베스트셀러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가 자극적인 제목의 소설 ‘불륜’을 내놓았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으로 깜짝 스타작가가 된 요나스 요나손의 신간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가 경쟁 열기를 더했다.
해외 스타 작가들의 경쟁에 국내 유명 작가들이 끼어들었다. 소설가 성석제와 이기호가 ‘투명인간’과 ‘차남들의 세계사’를 7월 잇달아 선보였다. 천명관은 지난달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 노동자’로 여름 소설 열전에 뒤늦게 합류했다. 성석제 천명관 이기호 셋 모두 개성 있는 입담을 자랑하는 한국 문단의 대중적인 소설가들이다. 열성 팬들을 거느린 작가들이기에 해외 인기 소설가들과의 싸움 구경이 볼만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왔다.
가을에 접어들며 해외 스타 작가와 국내 유명 작가의 판매 대결 결과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해외 작가가 시장에서 환대를, 한국 작가는 홀대를 받는 형국이다.
우선 요나손의 약진이 눈에 띈다. 출판사 열린책들에 따르면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 동명 영화의 개봉을 등에 업고 누적 판매부수 28만부를 기록했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첫 선을 보인 지난해에만 15만부가 팔렸다. 열린책들의 관계자는 “영화가 나온 뒤 10만부 정도가 판매된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도 7만부나 팔려나갔다. 한 작가의 두 소설이 동시에 베스트셀러 명단에 오르기는 이례적이다.
쿤데라도 선전했다. 민음사에 따르면 ‘무의미의 축제’는 4만부 가량 판매됐다. 쿤데라가 오랜 침묵을 깨고 발표한 ‘무의미의 축제’는 덜 대중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코엘료의 ‘불륜’도 나쁘지 않은 판매 성적을 보이고 있다. 1일 오전까지 6만부 가량이 팔렸다. 온라인서점 예스24의 월간 판매부수 집계에 따르면 상위 5위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작가들의 성적은 초라하다. ‘차남들의 세계사’를 낸 민음사의 관계자는 “발간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판매 실적이 눈에 띄지 않는 것 같다”고 밝혔다. ‘투명인간’과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 노동자’의 판매도 부진한 편이다. 예스24의 지난달 월간 판매 부수 집계에 따르면 ‘투명인간’은 19위에 올랐다.
해외 작가와 국내 작가의 희비 교차는 최근 출판시장의 양극화 경향을 반영한다. 해외 유명 작가의 신간은 광고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한 마케팅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반면 국내 작가들의 최신작에 대한 마케팅은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돈이 될법한 작가들에게 마케팅 자원이 대거 투입되고 있는 셈이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주제를 재미있게 녹여내는 작가의 역량이 일단 중요하나 팬 층의 규모도 (판매부수의) 차이를 만들어낸다”며 “작가의 전작에 대한 (시장) 검증이 독자들의 판단에 강하게 작용하는 시장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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