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대 학생들 공개 퇴진운동, 졸업생도 탄원서 작성 전달
학생들을 향한 권위적인 행태로 비판을 받았던 숙명여대 작곡과 교수들(본보 8월 22일자 10면)에 대해 학생들이 학내에서 이례적으로 시위를 갖고 공개 퇴진 운동을 벌였다.
숙명여대 작곡과 재학생, 졸업생 등 80여명은 1일 오전 11시부터 4시간 동안 교내에서 윤모(49) 교수와 홍모(57) 교수에 대한 퇴진 요구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검은 옷을 입고 팔에 청색 리본을 둘렀다. 졸업생 A(28)씨는 “검은 옷은 작곡과가 두 교수에 의해 죽었다는 뜻이고, 학교의 상징색인 청색 리본은 작곡과가 학교 품으로 돌아가 정상화돼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날 학내 게시판 세 곳과 음대 건물 곳곳에는 작곡과 재학생 115명 명의로 ‘우리는 두 교수 밑에서 숨을 쉴 수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전지 3장 분량의 대자보에는 학생들의 피해 사례가 빼곡하게 담겼다. 윤 교수에 대해서는 “50분 1대1 레슨을 5분만 진행했다. 이를 위해 길게는 4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교수의 늦은 출근으로 조교들은 밤 늦게 퇴근해야 했다”고 고발했다. 홍 교수에 대해서는 “학생들에게 ▦너희 부모는 무책임하다 ▦인간 쓰레기 ▦다른 대학교 학생보다 덜 떨어졌다 같은 폭언을 해왔고, 반복적으로 같은 시험문제를 출제하는 등 문제점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나눠준 유인물에는 윤 교수의 졸업작품집 강매와 오선지 구입비 착복을 고발하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이 비용은 학교에서 지원되지만 매번 돈을 내야 했다”고 학생들은 대자보에서 주장했다.
온라인에서는 두 교수의 퇴진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이 이뤄지고 있다. 이날까지 재학생과 졸업생뿐 아니라 학부모와 교직원 등 작곡과 관계자 400여명이 서명했다. 졸업생 30여명은 자필 탄원서를 작성해 학교 측에 제출해달라고 재학생들에게 건넸다.
학생들의 반발이 커지자 학교는 두 교수에 대한 처분을 서두르고 있다. 이날 오후 황선혜 총장은 재학생 대표와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학교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두 교수에게 2학기 수업을 배정하지 말라는 총장 지침이 내려갔다”면서 “올해 5~8월 진행된 감사에 대한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빠른 시일 안에 징계 절차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윤 교수는 “학생들의 시위가 실체적 진실에 근거한 정당한 행위인지 의문이 든다”며 “학생들의 주장이 왜곡됐다는 점에서 사실 규명을 위한 공개 토론을 제의한다”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홍 교수의 반론도 듣기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임준섭기자 ljscogg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