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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그스토어 급증, 골목상권 야금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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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그스토어 급증, 골목상권 야금야금"

입력
2014.09.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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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영·왓슨스 등 5년새 4배 늘어 7월 기준 전국에 669개나

소상인들 "대기업의 변종 SSM" 업체들 “타깃 고객과 품목 안 겹쳐”

서울 동대문구의 S슈퍼마켓은 올 초 매출이 20%나 떨어졌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매출 하락의 원인을 근처에 들어선 ‘드러그스토어(Drugstore)’로 보고 있다. 같은 시기 매출이 줄어든 서울시내 동네슈퍼마켓 4, 5군데 역시 비슷한 경향을 나타냈기 때문. 연합회 관계자는 “대형마트 문제로 크게 신경을 못 썼지만 드러그스토어가 너무 많아지고 있어 골목상권에 미치는 영향 분석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약(drug)과 가게(stroe)를 합친 복합점포 드러그스토어가 새로운 골목상권 침해자로 지목 받고 있다.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데다 빠르게 점포 수가 늘어나는 변종 기업형슈퍼마켓(SSM)이라는 것이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김제남 정의당 의원에게 제출한 ‘드러그스토어 현황’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전국의 드러그스토어는 669개로, 국내에 등장한 2009년(153개)에 비해 4배 이상 늘었다.

기업 별로는 CJ의 ‘올리브 영’이 388개로 가장 많다. 올리브영은 2009년 71개에서 5년 만에 5배 넘게 늘어났다. 코오롱웰케어의 ‘W스토어(158개)와 GS의 ‘왓슨스’(93개)도 점포 수를 급속히 늘리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시장에 뛰어든 롯데의 ‘롭스’(16개), 2011년 출점을 시작한 농심그룹 메가마트의 ‘판도라’(8개), 이마트의 ‘분스’(6개) 등 후발주자도 줄을 잇는다. 롭스는 연내에 신규점포 30개를 확충할 계획이고, 농협도 하나로마트를 통해 드러그스토어 출점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는 W스토어와 판도라의 경우 의약품 중심 드러그스토어로, 올리브영 등 나머지는 화장품이나 건강보조식품 위주의 헬스&뷰티 전문점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형태상 차이와 관계없이 소상공인들은 드러그스토어의 취급품목이 의약품부터 화장품, 생활용품, 식품, 문구, 잡화 등으로 확대 중인 것을 우려하고 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처음 출점 때와는 달리 음료 과자 등 안 파는 게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청이 지난해 4월 4일부터 40일 간 드러그스토어 반경 800m 이내 소매상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도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이 조사에서 드러그스토어 인근 727개 소매점 중 절반이 넘는 369개 점포들이 “금전적 피해가 있다”고 답했다.

드러그스토어 출점 전에 비해 월 평균 매출 하락액은 214만5,000원이었고, 369개 점포 중 “운영상태가 적자”라고 답한 비율도 14.6%나 됐다. 업종별로는 화장품점(하루 평균 9만2,000원), 면적 별로는 33㎡ 미만 점포(하루 평균 9만8,000원)의 피해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드러그스토어는 동네 약국도 문을 닫게 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김제남 의원에게 제출한 ‘약국 개폐점 현황’에 따르면 드러그스토어 출점 전인 2009년 전국에서 약국 1,553개가 폐점했지만 지난해에는 1,739개가 문을 닫았다. 김 의원은 “드러그스토어는 유통산업발전법 상 준대규모점포 규제에서 자유로워 대기업들이 대대적인 점포 확장을 꾀하고 있다”며 “골목상권 붕괴를 초래할 수 있는 업종은 허가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드러그스토어 운영사들은 입점 위치와 취급품목, 타깃 고객 등이 전혀 겹치지 않는다고 해명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대로 변에만 점포를 내고, 20, 30대 여성이 주 고객인데다 식품류는 전체 품목 중 10%도 되지 않아 골목상권과는 무관하다”고 항변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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