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극 '완전보험주식회사'서 쇼호스트·이혼녀 등 일인다역
대극장 아닌 소극장 의외의 선택
"관객들 눈동자 하나하나 확인하며 웃음까지 만들어 내야 하니 힘들죠"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여주인공 도로시 브록, 예능프로그램 ‘렛미인’ 진행자, 드라마 ‘미스코리아’의 양춘자. 배우 홍지민의 최근 출연작과 작품 속 역할이다. 방송과 무대를 종횡무진 오가며 극의 중심을 잡던 그가 차기작으로 의외의 결정을 내렸다. 대극장 라이선스 뮤지컬이 아닌 대학로 창작 뮤지컬 ‘완전보험주식회사’를 선택한 것이다. 11일 서울 대학로뮤지컬센터에서 개막하는 이 작품은 다이어트에 실패하면 보상해주는 ‘뚱뚱 OK보험’, 마흔이 넘어서까지 결혼을 못하면 돈을 주는 ‘노처녀 보험’, 애인이 생기면 모텔비를 지원하는 ‘모텔보험’ 등 독특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회사를 소재로 한 소극장 코미디극이다.
이 작품에서 홍지민은 조연급 ‘멀티녀’(한 배우가 여러 배역을 한꺼번에 소화하는 방식)와 앙상블로 무대에 오른다. 뮤지컬에서 충분히 ‘원 톱’ 주연을 꿰찰 수 있는 홍지민이기에 그의 이번 결정은 독특하다 못해 기이하게 느껴진다. 대학로뮤지컬센터에서 ‘완전보험주식회사’ 준비에 한창인 홍지민을 만나 그의 특이한 행보에 대해 물었다.
“라이선스 작품 속 배역은 캐릭터가 어느 정도 만들어져 있어요. 그렇지만 이번 작품은 창작뮤지컬인데다 초연이라서 지금 제가 만들고 있는 캐릭터가 앞으로 누군가에게 ‘샘플’이 되는 거죠. 배우로서 굉장히 흥미롭고 보람 있는 일이에요.”
인터뷰 시작부터 홍지민은 특유의 에너지 넘치는 목소리로 작품 선택 배경을 설명했다. 확신에 찬 말투와 흔들림 없는 눈빛이 배우로서 그가 이번 작품과 배역에 얼마나 큰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줬다. 그는 주연이 아닌 조연급으로 캐스팅된 데에 대해 “10년 지기인 원작자 최재광 음악감독의 캐스팅 결정을 전적으로 믿고 작품에 합류했다”며 “또 다른 멤버들이 모두 훌륭한 배우들이라 내가 굳이 주인공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 아무리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홍지민이라도 소극장 창작뮤지컬에 대한 부담감은 분명 존재한다. 스스로 “창작뮤지컬을 별로 안 해본 배우”라는 홍지민은 “300석이 채 안 되는 공연장이다 보니 관객들이 배우들의 눈동자 움직임 하나하나까지 보게 될 텐데, 그 점이 가장 두렵다”고 말했다. 그는 “주연을 맡으면 한 역할에만 몰입해 캐릭터를 만들어가면 되는데 쇼호스트, 이혼녀, 회사원 등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고 웃음까지 이끌어내야 한다는 점이 어렵다”고 했다.
무대 위에서 느끼는 어려움 외에 창작뮤지컬 특유의 제작과정도 낯설었다. 그는 “창작뮤지컬은 제작과정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극 중 캐릭터가 계속 바뀐다”며 “예를 들어 극 중 ‘전지현’이라는 역할은 처음에는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자뻑녀’ 캐릭터였는데 지금은 노처녀에 사내연애를 하는 캐릭터로 바뀌면서 외웠던 대사를 싹 다 갈아엎어야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젊은 우크라이나 여성이 수제 머리핀과 볼펜 등을 팔러 홍지민에게 다가왔다. 기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물건을 이것저것 둘러보던 그는 고심 끝에 머리핀 하나를 사서 머리에 꽂았다. 그 모습이 “오래간만에 앙상블 연기를 하면서 그분들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새삼 깨닫게 됐다”는 그의 말과 묘하게 겹쳤다. 중심에 서있음에도 자꾸 주변을 둘러보는 그의 천성에 비춰보면 소극장 창작뮤지컬에서 멀티녀를 연기하겠다는 그의 결심이 별반 새삼스럽지도 않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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