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공포탄 없이 2발 발사 "긴장 탓" 해명… 과잉대응 논란
총기 사용 적절 여부 감찰 나서, 우울증 30대 병원 후송돼 치료
칼을 들고 난동을 부리는 30대 여성에게 경찰이 공포탄이 아닌 실탄부터 발사해 과잉대응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1일 서울 방배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전 7시쯤 “서울 방배동 주택가에서 회칼을 들고 배회하는 여성이 있다”는 신고가 112상황실에 접수돼 남태령지구대 경찰관 2명이 출동했다. 김모(52) 경위 등은 34㎝에 달하는 회칼을 양손에 들고 있던 A(32)씨에게 칼을 내려놓으라고 수차례 경고했지만 듣지 않았다.
급기야 A씨는 김 경위에게 달려들며 칼로 찌르려고 했고, 김 경위는 손에 들고 있던 38구경 권총으로 위협사격을 가했다. 그러나 발사된 것은 공포탄이 아니라 실탄이었다. 탄환은 A씨의 오른쪽 쇄골을 관통했으나 A씨는 위협을 멈추지 않았다. 김 경위는 다시 실탄을 발사해 A씨의 허벅지를 맞췄다. 그제서야 A씨는 50여m를 도주하다 경찰에 제압됐다.
A씨는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3개월 전부터 과대망상과 우울증으로 정신질환 치료약을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김 경위의 총기 사용이 적절했는지 감찰에 나섰다.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은 경찰관이 생명에 중대한 위협을 느꼈을 때 최소한의 범위에서 총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총기 사용이 불가피했다고 해도 처음부터 몸을 향해 실탄을 발사한 점은 문제로 제기된다. 김 경위는 “긴장한 탓에 방아쇠를 만지작거리다 공포탄이 장전돼 있는 실린더가 돌아가 실탄이 장전된 것을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일선 경찰들은 “난생처음 듣는 소리”라는 반응이다. 경찰 관계자는 “위협사격은 하늘을 향해 하는 것으로, 사람에게 쐈다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생명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고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도구를 사용하지 않은 것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일선 지구대, 파출소에서는 권총으로 무장한 경찰관과 테이저건 또는 가스총을 휴대한 경찰관이 2인 1조로 근무하게 돼 있다. 방배경찰서는 신고를 받자마자 출동하다 보니 테이저건을 소지한 경찰관을 보내지 못했다고 해명했지만 기본적인 근무규정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과잉대응을 금지하는 ‘비례성의 원칙’을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경찰관이라면 안전거리를 유지하면서 공포탄을 쏘거나 다른 수단을 이용해 제압해야 했다는 것이다. 박상진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의 총기사용지침을 적극적으로 해석하기 시작하면 총기 남용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어떤 경우라도 총기 사용은 지극히 제한적이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2011년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일선 경찰관들에게 위급상황이 발생하면 총기를 적극 사용하라고 지시했다가 거센 비난을 받았었다.
장재진기자 blanc@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