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리의 양
“너희 생각에는 어떠하냐. 어떤 사람에게 백 마리의 양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길을 잃으면 아흔아홉 마리를 산에 남겨두고 길 잃은 한 마리를 찾아 나서지 않겠느냐.” 마태복음 18장 12절,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예수님 말씀이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나는 이 구절을 접할 때마다 마음이 복잡하곤 했다. 너희 생각에는 어떠냐고 물으시니 내 생각도 물으시는 것 같은데, 선뜻 그럴 거라며 수긍하기엔 의문이 자꾸 피어 올랐다. 남은 아흔아홉 마리는 어쩌라고? 그 중 또 하나가 길을 잃으면? 늑대라도 와서 물어 죽이면? 양치기의 심정에 집중할 수 없는 나로서는 아무래도 ‘머릿수’가 더 절실하게 다가올 따름이었다.
예수님의 말씀에 비로소 고개를 숙이게 된 건 며칠 전 포도농사를 짓는 김성순 선생의 인터뷰 기사를 읽으면서였다. 그는 길 잃은 양 한 마리를 이렇게 해석했다. 하나가 떨어져 나간다는 건, 100분의 1이 깨져 나가는 게 아니라 전체가 다 망가졌다는 뜻이라고. 이 말이 한층 사무친 건 세월호 희생자 304명 때문일 테다. 304명이라면 한 해 교통사고 사망자에 비해 별로 많은 것도 아니라고 어느 분이 그러셨더라. 그뿐이랴. 수치로만 따진다면야 이 땅 인구수의 십만 분의 일도 안 된다. 하지만 그 304명을 잃음으로써, 전체가 다 망가졌다는 걸 두 눈 똑똑히 확인하고 있다. 망가진 걸 바로잡으려는 첫 걸음조차 이렇게 떼기가 어려우니, 아흔아홉 마리가 모두 길을 잃은 것과 다를 바 없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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