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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정부의 편애… 뉴라이트, 정부기관 수장 속속 꿰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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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정부의 편애… 뉴라이트, 정부기관 수장 속속 꿰찬다

입력
2014.09.0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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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편찬위·한중연·방심위 이어 KBS 이사장에 이인호 교수 내정

친일사관·독재미화 교과서 감수 맡고 이승만 추앙 건국일 제정 앞장선 인물

김재홍(왼쪽)·고삼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이 1일 경기 과천시 방송통신위원회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의 KBS 이사 추천이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시스
김재홍(왼쪽)·고삼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이 1일 경기 과천시 방송통신위원회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의 KBS 이사 추천이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정부의 ‘뉴라이트 챙기기’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국사편찬위원회, 한국학중앙연구원 등 정부기관 수장에 뉴라이트 출신 학자를 줄줄이 앉히더니 KBS 이사장에도 뉴라이트 출신 인사를 내정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인호(78) 서울대 명예교수를 신임 이사로 추천했다. 야당이 추천한 김재홍ㆍ고삼석 상임위원은 표결에 반대하며 퇴장했으나 최성준 위원장은 회의를 강행해 3 대 0으로 추천안을 통과시켰다. 이 교수는 최근 사임한 이길영 전 KBS 이사장의 후임으로 추천됐다. KBS 이사진 11명 중 여야 추천 이사가 7 대 4인 점을 고려할 때 이 교수가 새 이사장에 호선될 가능성이 높다.

학계와 정치권, 시민사회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이 교수의 이력 때문이다. 이 교수는 친일사관ㆍ독재정권 미화로 물의를 빚은 ‘대안교과서 한국근ㆍ현대사’의 감수를 맡았다. 책을 만든 교과서포럼의 뉴라이트 학자들이 주축이 된 한국현대사학회 고문이기도 하다. 2007년에는 광복절 대신 건국절을 제정해 기념하자는 건국60주년기념사업준비위원회의 공동준비위원장을 지냈다. 건국절 제정은 이승만 전 대통령을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하는 뉴라이트의 핵심 주장이다. 친일사관 논란을 일으킨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발언과 관련해서는 TV조선에 출연해 “강연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며 “문 후보자는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그를 반민족주의자라고 하는 사람들은 제정신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당시 문 후보자의 강연 발언은 KBS가 최초로 보도했었다.

학계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뉴라이트 인사를 요직에 앉혀 국민의 역사인식 개조에 나섰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 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장, 권희영 한국학대학원장, 박효종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모두 뉴라이트 출신이다.

이준식 연세대 연구교수는 “지난해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사태에서 드러났듯 국민은 친일ㆍ독재미화 사관에 반대하는데도 박근혜 정부는 뉴라이트 인사들을 정부기관 수장으로 임명하고 있다”며 “이들의 주장을 한국사회의 보편적 역사관으로 만드는 역사전쟁을 벌이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민족문제연구소도 논평을 내고 “극단적인 역사인식의 소유자가 KBS 이사장이 되면 정치권력의 뜻을 헤아려가며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 뻔하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의 전문성도 도마에 올랐다. 이 교수는 러시아 지성사를 전공한 서양사학자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국가안보자문단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윤태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이 교수의 이력을 볼 때 공영방송의 공정성을 담보할 인물로 보이지 않는다”며 “KBS 이사장은 정권 편향 고령 인사의 편의를 봐줘 임명할 만큼 가벼운 자리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역시 반발이 거세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ㆍ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이 교수가 KBS의 이사장이 되면 KBS는 현재보다 더한 거짓뉴스와 극우 이념에 편향돼 진실을 외면하는 방송을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KBS의 내홍도 되풀이 될 게 뻔하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가 지난달 30일 반대성명을 낸데 이어 1일에는 KBS노동조합(1노조)이 성명을 내고 “문 후보자 검증 보도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의 중징계 방침에 이어 ‘문창극 강연이 감동적이었다’는 이인호씨를 (정권이) 이사장으로 앉히려 하고 있다”며 “KBS를 정권 편향적으로 만들려는 시도를 한다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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