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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4구는 없다"던 염경엽 무너뜨린 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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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4구는 없다"던 염경엽 무너뜨린 한화

입력
2014.09.0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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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고의4구는 없다.”

염경엽(46) 넥센 감독은 스프링캠프 때 투수진에 한 가지 선언을 했다. ‘공짜’로 타자를 보내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염 감독은 “일단 붙어라. 원 스트라이크, 투 스트라이크 되면 투수가 훨씬 유리하다”며 “결과는 아무도 모르는데 ‘곱게’ 1루를 채워주는 작전은 없다”고 다짐했다.

염 감독은 기자에게도 “투수가 양쪽 코너 깊숙이 공을 넣는다면 아무리 뛰어난 타자라도 안타 칠 확률은 극히 적지 않느냐”며 “포수가 서서 공을 빼는 일은 없다. 볼카운트가 몰린다면 그 때는 포수 보고 홈 플레이트에서 멀찍이 떨어지라고 한다”고 했다.

실제 넥센은 지난달 28일까지 9개 구단 중 유일하게 고의4구가 없는 구단이다. 당시 날짜를 기준으로 리그 평균 고의4구는 9개, LG가 20개로 가장 많았고 두산이 3개로 이 부문 8위였다. 넥센은 107경기를 하면서 1루를 채우고 갈 상황이 숱하게 많았지만 박동원, 허도환 등 포수진은 제자리를 지켰다.

고의4구는 상대에게 득점 기회를 ‘거저’ 주는 유일한 작전이다. 농구의 파울 작전 정도가 비견될 수 있다. ‘모’ 아니면 ‘도’라는 평가를 받는 이 작전은 감독의 의도대로 성공하면 좋겠지만 일단 기록상으로는 실패할 확률이 훨씬 높다. 올 시즌 고의4구 이후 타석에 들어선 9개 구단 타자들은 70타수 25안타, 3할5푼7리의 높은 타율을 올렸다. 이 같은 타율은 고의4구를 선호하지 않는 염 감독의 스타일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넥센 구단 기록표에 마침내 고의4구 1개가 올라갔다. 대전구장에서 한화를 상대한 염 감독이 스프링캠프 때 세운 계획을 접고 포수 허도환에게 일어설 것을 주문한 것이다. 마운드엔 베테랑 송신영, 타석에는 힘 좋은 김태완이 있었다. 안타 하나면 경기가 그대로 끝나는 연장 10회말 1사 2루. 바로 직전 9회말 1사 2ㆍ3루에서도 정근우에게 고의4구가 아닌 고의성 짙은 볼넷(포수는 앉아 있었다)을 지시한 염 감독이지만 불과 몇 분만에 생각을 고쳐 먹었다.

경기는 김태완의 고의4구 이후 송주호의 중전 안타, 정범모의 밀어내기 볼넷이 이어지며 한화의 10-9 승리로 끝났다. 한화는 6회까지 3-8로 뒤졌지만 7회부터 야금야금 따라붙어 연장 혈투 끝에 드라마 같은 역전승을 거뒀다. 8위 KIA와는 반 경기차. 꿈에 그리던 탈꼴찌가 눈앞에 다가왔다. 아울러 107경기 동안 지켜온 염 감독의 시즌 계획표에도 수정 펜을 들게 했다. 염 감독이 시즌 108번째 경기, 꼴찌 한화를 상대로 시즌 1호 고의4구를 지시할 줄이야. 요즘 한화가 가장 무섭다는 야구계의 평가는 빈말이 아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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