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의 반정부 시위가 유혈충돌로 번지자 군부가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외신에 따르면 파키스탄 군부 장성들은 지난달 31일 군사도시 라왈핀디에서 회의를 가진 후 낸 성명에서 "대규모 사상자를 낳은 이번 사태가 지체 없이, 폭력을 사용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며 "군부는 국가 안보를 보장하기 위한 군부의 역할 수행에 전념할 것이며, 국민적 열망에 결코 모자람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군부는) 민주주의 지지를 재확인하면서 현재의 정치적 위기와 사태의 폭력적 전개에 심각한 우려를 안고 검토했다"고 덧붙였다. 군부가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며 사태에 개입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원내 3당인 테흐리크-에-인사프(PTI) 당수 임란 칸이 이끄는 야권 시위대는 나와즈 샤리프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며 지난달 15일부터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시위를 시작했다. 이들은 지난해 5월 치러진 총선거 당시 샤리프가 이끄는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N)의 총선 승리가 조작된 것이라며 내각 총사퇴와 재선거를 주장해왔다. 당시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를 앞두고 가짜 이름으로 선거인명부에 등록한 유권자 3,700만명의 이름을 삭제하고 새로 3,600만명을 등록하고, 선거 당일까지 폭력과 테러가 발생해 약 100명이 사망했다.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꾸준한 지지율을 유지했던 PML-N은 압승해 연정을 구성, 전체 342개 의석(여성ㆍ소수종교 할당 의석 70석 포함) 중 현재 190석을 보유하고 있고, 전 정권 여당이었던 파키스탄인민당(PPP)은 46석, PTI는 34석을 갖고 있다.
야권은 아직 선거가 조작된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파키스탄 의회도 지난달 21일 야권의 총리 퇴진 요구안을 “헌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특히, 지난달 30일 저녁부터 31일까지 이어진 시위가 시위대와 경찰의 유혈 충돌로 확대되면서 최소 3명이 사망하고 500여 명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 일각에서는 군부가 정치적 위기를 틈타 정국 주도권을 주장하려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라힐 샤리프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이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중재자를 맡았다는 소식(28일)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파키스탄은 1947년 영국에서 독립한 이래 2008년까지 군사 쿠데타가 세 차례 발생했고, 역대 총리 27명 중 임기를 채운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마지막 군사정부가 임기를 마친 2008년 총선을 통해 들어선 문민정부가 처음으로 5년 임기를 채우고 지난해 PML-N에 정권을 이양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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