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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열의 볼링그린 다이어리<70>리틀 월드 시리즈 (2)불문율을 뒤집은 코칭스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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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열의 볼링그린 다이어리<70>리틀 월드 시리즈 (2)불문율을 뒤집은 코칭스태프

입력
2014.09.01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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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에서 대한민국 리틀 야구 대표팀의 주루 플레이는 과감했으며 도전적이었다.

주루플레이가 경기의 승패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으며 상대를 가장 두려워하게 만든 부분이기도 했다. 예선 2차전 푸에르토리코와 중요한 경기에서 한국 코칭스태프는 6회초 5-5 동점, 무사 1ㆍ3루에서 아무도 예상 못한 딜레이드 더블 스틸 작전으로 6-5 역전에 성공했다. 이런 작전은 프로선수들도 쉽게 시도하기 어려우며 성공을 하기란 더욱더 어려운 플레이다. 경기 후 푸에르토리코 감독은 한국의 빠른 발을 막지 못해 패하고 말았다고 인터뷰를 했을 정도로 과감한 플레이였다.

일본과의 국제 그룹 결승에서는 1사 1루에서 포수 뒤로 가는 파울플라이에 1루 주자가 태그업를 해서 2루로 뛰었으며, 마지막 미국과의 결승 1사 1ㆍ2루 상황에서도 포수가 1루 주자를 잡기 위해 송구하는 사이 2루 주자가 3루로 쇄도해서 세이프가 되었다. 그리고 다시 1루 주자가 2루로 뛰며 순식간에 1사 2ㆍ3루를 만들었으며 후속타자 땅볼로 추가 득점을 올렸다.

일반 사람들은 그냥 “잘했다” 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사실 엄청난 플레이였다. 왜냐하면 ‘과감한’ 주루 플레이와 항상 붙어 다니는 것이 ‘무모한’ 주루 플레이기 때문이다. 성공과 실패의 차이다. 주루사는 경기 흐름을 한 순간에 바뀌어 놓기 때문에 주루 플레이는 결코 쉽지 않고 가르치기도 쉽지 않다. 순식간에 발생하는 돌발 상황에서 빠른 판단과 결정으로 망설임 없이 행동으로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런 주루 플레이에 대한 연습 방법도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왜냐하면 연습 때는 이러한 급박한 상황을 연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 선수들을 이렇게 만들었는가?

현장에서 선수들의 모습을 보며 조금의 힌트를 얻었다. 경기 전날 그라운드에서 훈련하는 선수들의 모습에서 진지하면서도 눈치를 보는 것 같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 사실 한국에서 야구를 해본 나는 경직된 분위기에 익숙해 있었다. 좋든 싫든 코칭스태프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사실이며 당연히 선수들은 지시에 따라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 약간의 모순이 있다. 야구는 코치가 하는 것이 아니고 선수가 하는 것이다. 경기가 끝난 후 조언을 해줄 수 있지만 경기 중에는 해 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그 중에서도 주루 플레이는 우측으로 깊숙이 가는 타구를 제외하고는 선수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며 그것도 순간순간 결정을 해야 한다.

우리 선수들이 과감한 플레이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코칭스태프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아웃과 세이프는 정말 종이 한 장 차이다. 최고 타자의 기준은 3할로서 세 번의 성공 뒤에는 일곱 번의 실패가 따른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최고의 주루 플레이를 펼치기 위해서도 그 만큼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 봐야 정확한 스타트 타이밍과 감을 얻을 수 있다. 때문에 우리 선수들도 연습 게임에서는 많은 실패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선수가 주루 플레이에 실패할 때 마다 꾸짖고 나무라는 대신 용기를 북돋아 주고 정확한 원인과 이유를 설명해 주면 다음에 다시 시도할 수 있으며 성공할 수 있다. 이번 대회 내내 한국 선수들의 주루 플레이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상대가 볼을 떨어뜨리면 공격적인 베이스 러닝으로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이것은 선수들이 코칭스태프의 눈치를 보고 플레이를 하는 것이 아니고 선수의 의지대로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며 이런 분위기를 만든 것은 코칭스태프의 자율적이고 창조적인 지도 방식이었다고 생각한다.

세계적인 투자가인 워런 버핏은 “주식투자는 주가가 아니라 기업을 보고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 했으며 “탁월한 경영자와 괜찮은 사업 모델을 가진 기업, 괜찮은 경영자와 탁월한 사업 모델을 가진 기업이 있다면 나는 주저 하지 않고 전자를 선택하겠다”라고 이야기했다. 세계적인 투자가도 사업 모델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탁월한 경영자 즉, 사람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행보는 우리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경기를 마친 후 농장과 쇼핑, 박물관 견학 등으로 선수들의 마음을 풀어 주었다는 것 등은 신선한 발상의 전환이다. 이렇듯 지금까지와는 다른 선수 지도 방식은 우리가 새롭게 인식하고 가져야 할 가장 큰 과제가 아닌가 싶다. 볼링그린 하이스쿨 코치ㆍ전 LG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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