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코앞인데 …水害에 막막한 기장군민들
“옷가지며 가재도구들 거진 내다 버렸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고, 추석 때 아들이랑 손자가 내려온다 했는데 오지 말라고 했어. 여기서 참 오래 살았는데 평생 이런 일은 처음이야.”
1일 오전 9시 부산 기장군 장안읍 좌천 시장마을에서 만난 손숙자(79ㆍ여)씨는 침통한 표정으로 냄비에 묻은 흙을 닦아내고 있었다. 언제 폭우가 쏟아졌냐는 듯 화창하기만 한 날씨가 야속한 듯 손씨는 한참 동안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다. 그는 “군청에선 추석 전까지 (복구가) 다 된다 하는데 어찌될지 모르겠고 도배랑 장판만 깔면 뭐하냐, 쌀도 없고 장롱이며 옷도 없는데 명절은 생각도 안 한다”고 푸념했다.
지난달 25일 폭우로 만신창이가 된 기장군은 민관군의 도움으로 파손된 도로가 응급 복구되고 거리에 쏟아졌던 쓰레기가 상당수 치워지는 등 조금씩 제 모습을 찾았지만, 삶터를 잃은 수재민들의 마음은 더 타 들어가고 있었다.
장안읍에서 전자제품 판매점을 운영하는 김문수(50)씨는 “물건들이 물에 다 젖어서 못쓰게 돼 다 버렸다”며 “어떻게 먹고 살지 눈앞이 캄캄하며, 보상문제에 대해선 아무도 말을 안 해줘 억장이 무너진다”고 한 숨을 내쉬었다. 눈 앞에 다가 온 추석도 큰 부담이다. 주민 박영자(76ㆍ여)씨는 “집을 어떻게 다 치울까 눈 앞이 캄캄했는데 군인을 비롯해 봉사자들이 모두 도와줘 그나마 빨리 정리를 했다. 그래도 추석을 집에서 보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기장군은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재차 강조했다. 오규석 기장군수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시간당 125㎜의 이번 기록적인 폭우로 집계 피해액이 685억원에 이른다”며 “이는 관련 규정에 의거한 특별재난 지역 선포 가능 피해액인 90억원을 훨씬 웃도는 피해 규모”라고 밝혔다. 오 군수는 또 “폭우에 생업을 다 날려버린 주민들이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라며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통해 피해 지역 복구와 피해 주민에 대한 보상이 하루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정부 지원을 강조했다.
기장군에 따르면 이번 폭우로 기장에서는 농경지 침수 등 사유시설 피해가 2,714건이나 발생했고, 도로와 하천 파손 등 공공시설 피해도 1,120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주택 침수로 572세대 1,122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기장군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내덕저수지 붕괴와 좌천 마을의 피해는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관련 전문가의 현장조사와 피해지역 주민들의 말을 종합해 볼 때, 내덕저수지 붕괴는 마을 침수 피해가 발생한 이후 발생한 것으로 잠정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전혜원기자 iamjh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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