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삼성SDS 상장, 금융부문 지분정리도 속도 낼 듯
'경영권 승계' 염두에 둔 정지작업 시각도
삼성그룹이 경영 혁신을 위해 주요 계열사를 쪼개고 붙이는 사업구조 재편 작업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SDI-제일모직', '삼성종합화학-삼성석유화학'에 이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합병을 선언하면서 사업재편 범위가 전자와 중화학에서 건설 부문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지주회사 격인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과 삼성SDS의 상장 작업과 삼성생명을 주축으로 한 금융 부문의 지배구조 정리 작업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맞물려 3세 승계 구도도 더욱 구체화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관측하고 있다.
삼성그룹 내 건설 부문의 사업재편은 어느 정도 예고된 수순이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건설 부문의 실적 악화가 지속되고 잠재 부실이 커지면서, 삼성이 이를 타개하기 위한 돌파구를 찾고자 모종의 조치를 취할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을 합병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제기돼 왔다. 지분이 전혀 없는 삼성물산이 지난해 7월부터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꾸준히 사모아 1년 새 지분을 7.81%로 늘렸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제일모직의 건설 부문을 분할해 삼성물산 건설 부문과 합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선언이 먼저 나온 것이다.
연매출 24조원 규모의 초대형 종합플랜트 회사를 탄생시킬 양사의 합병은 외형 확대뿐 아니라 플랜트 제작과 설계 분야에서 강점을 통합시킨다는 점에서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삼성 측은 기대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건설 부문 사업재편이 이들 양사의 합병에 그치지 않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건설 부문을 재정비하는 쪽으로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삼성은 지난해 하반기 제일모직을 중심으로 그룹 사업재편에 시동을 걸었다.
제일모직의 직물·패션 사업을 떼어내 삼성에버랜드에 넘겼으며, 남은 제일모직의 소재 사업은 삼성SDI와 합병했다. 이후 삼성에버랜드는 사명을 제일모직으로 바꿨다.
또 삼성에버랜드의 건물관리업을 삼성에스원에 양도하고 급식업을 삼성웰스토리로 분리했다.
삼성SNS는 삼성SDS와 합병하고, 삼성코닝정밀소재는 미국 코닝사에 매각했다.
얼마 뒤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의 합병 결정이 내려졌다.
그리고 삼성SDS과 삼성에버랜드의 상장 발표가 이어졌다. 삼성SDS는 연내, 삼성에버랜드는 내년 초까지 상장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삼성그룹은 금융계열사와 비금융계열사 간에 복잡하게 얽힌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금융계열사들이 보유한 비금융계열사 지분을 처분하는 한편 삼성생명 밑으로 금융계열사들을 모으고 있다.
반면 비금융계열사들은 삼성전자를 정점으로 하는 지배관계를 강화해 가는 모습이다.
이 같은 삼성그룹의 대대적인 사업재편에는 무엇보다 그룹 성장을 이끌어온 전자 계열사들이 최근 스마트폰 시장의 성숙과 함께 성장 둔화에 직면하면서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전략적인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을 염두에 두고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지렛대 삼아 지금의 순환출자구조를 재편하거나, 지주회사체제로의 전환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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