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보라토리 신파·메나리니·멀츠… 각각 차별화된 의약품으로 승부
"의료 선택권 확대" 긍정 반응 속 "국내 업체 타격" 우려도 커져
라보라토리 신파, 메나리니, 쿡메디칼, 칼스톨츠 엔도스코피, 멀츠…. 이들 다국적 제약 및 의료기기 회사들이 최근 국내에 잇따라 법인을 설립하며 한국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들은 자국에선 인지도가 높지만 한국인들에겐 회사도 제품도 낯설다. 하지만 이들의 움직임에 국내 의료시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우선 이들의 국내 의료시장 진입은 거대 다국적 의료사들의 독과점을 막고 환자나 의료진의 선택권을 넓히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연구개발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고 제품 다양성이 부족한 국내 제약업체들에겐 또 다른 힘겨운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라보라토리 신파와 메나리니는 각각 스페인, 이탈리아 제약업계 매출 1위다. 2012년 한국 법인을 설립하면서 라보라토리 신파가 출시한 ‘레스피비엔’은 국내 알레르기비염 시장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 제품 대부분은 유효 성분의 반감기가 4시간 정도로 짧아 여러 번 사용해야 하는데, 하루에 일정 횟수 이상 쓰면 오히려 코가 막히는 등의 부작용이 있어 적잖은 환자들이 불편을 겪어왔다. 이에 비해 레스피비엔은 성분의 반감기가 2배 가량 길어 자연스럽게 사용 횟수가 줄어든다.
지난해 한국 지사를 세운 메나리니는 새로운 틈새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대표 제품은 손발톱무좀 치료제 ‘풀케어’와 흉터 치료제 ‘더마틱스 울트라’. 국내에도 무좀약이나 상처치료제는 흔하지만 손발톱 같은 특정 부위 전용 무좀약, 상처가 덧나 생긴 흉터를 없애는 약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소비자들의 세밀한 요구를 공략하는 차별화한 제품으로 승부하겠다는 게 메나리니의 전략이다.
독일 제약사 멀츠는 2010년 한국 지사를 설립했다. 주력은 보톡스와 필러 같은 미용 제품. 피부관리 및 화장품 분야에서 아시아 시장의 성장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멀츠는 한국이 트렌드를 주도한다고 판단했다. 한국을 거점으로 삼아 멀츠는 아시아 미용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의료기기 시장은 일부 기업 의존도가 더욱 심하다. 지멘스, 필립스, GE 등 이른바 ‘빅3’ 제품이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심혈관질환 기기 회사 쿡메디칼과 독일 내시경 회사 칼스톨츠 엔도스코피의 국내 진출은 반길 만하다. 2007년 국내 지사 설립 후 지난해부터 본격 활동에 나선 쿡메디칼의 대표 제품은 스텐트 그래프트. ‘뱃속의 시한폭탄’이라 불리는 복부대동맥류 치료에 쓰인다. 지사 설립 전에는 이 기기가 서울에만 공급돼 지방 병원으로 기기를 보내는 도중 응급환자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한국 법인 쿡메디칼코리아 관계자는 “이제는 전국 곳곳에 제품을 공급하는 체계를 갖춰놓았다”고 설명했다.
국내 제약회사 관계자는 “우리 제약 시장에 외국 기업들이 속속 진입하며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는데 국내 업체에 대한 보건의료 정책은 여전히 규제 중심”이라며 “국내 제약, 의료기기 기업이 외국기업과의 경쟁에 이길 수 있도록 배려하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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