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국회에서 당정협의… 정부 "경기 활성화 위해 대폭 확대", 당 "재정 건전성 갈수록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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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 예산을 최대한 확장적으로 편성하겠다는 방침을 누누이 밝혀왔다. “올해 추가경정예산(추경) 대신 다양한 수단의 재정 보강을 하고 내년 예산은 확장적으로 편성하겠다”는 것이 취임일성이었다.
문제는 재정. 작년에 이어 올해도 큰 폭의 세수 구멍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허용되는 ‘최대’가 어느 정도인지를 둘러싸고 공방이 불가피하다. “가능한 더 많이 예산을 편성하겠다”는 정부, “그래도 재정 여건은 고려해야지 않겠느냐”는 새누리당은 5% 안팎에서 절충점을 찾아가는 모습.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적정 예산증가율이 어느 정도일지, 경기 활성화를 위해 일방적으로 재정 악화를 희생해도 좋은지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31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2일 새누리당과 기재부는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당정협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26일 열린 협의를 통해 정부의 내년도 예산운용 방침을 들은 만큼, 이번엔 예산 인상폭을 얼마로 할 것인지 집중적인 논의를 벌이겠다는 것.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이번 협의에서 예산안 총액 증액률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당정협의, 국무회의 등을 거쳐 내년 예산안을 확정하고 이를 9월 중순쯤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는 내년 예산 증액 규모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강력히 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7월 새 경제팀이 경제정책방향을 내놓을 당시 정부 일각에서는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치겠다”며 내년 예산 증가율을 10% 안팎으로 예측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현재 당 안팎에서는 내년 예산안을 올해보다 약 5% 안팎 증액하는 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당정이 확장적 예산 편성에는 공감을 하고 있지만 그 수준을 두고는 적잖은 인식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5% 역시 결코 낮은 증액률은 아니다. 정부의 기대치에는 한참 못 미치긴 하지만 ‘2013~2017년 중기재정운용계획’에서 제시한 연평균 증액률 3.5%보다 높을 뿐 아니라 올해 예산 증가율(4%)을 웃도는 수준이다. 내년 예산이 올해(355조8,000억원)보다 5% 늘어나면 총 373조5,900억원으로 증가액이 20조원에 육박한다. 올해 추경을 편성하지 않고 동원할 수 있는 각종 자금을 끌어 모아 41조원을 푸는 데 이어 내년에는 예산 자체를 올해보다 20조원 가량 더 공급하는 셈이다.
당연히 재정 건전성 훼손에 대한 우려는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올해 상반기 국세수입 진도율은 45.5%로 대규모 세수 펑크가 발생한 작년보다도 더 낮은 수준. 이런 상황에서 또 다시 내년 예산을 대폭 늘려 잡을 경우 현 정부 임기 내에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는 또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해 2013~2017년 중기재정운용계획을 통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0%에 가깝게(-0.4%) 끌어내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는 “무리하게 진행된 예산 확장 정책이 시장에서 통하지 않으면 국가부채만 늘리게 될 것”이라며 “당정 협의의 초점을 단기 경기부양 보다 재정 안정 및 장기적인 구조개혁에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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