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명 안팎 후보추천委 구성 뒤 50%이상 지지얻은 사람만 입후보
홍콩 시민단체 강력히 반발, 불복종·수업거부운동 추진하기로
중국이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후보를 사실상 친중 인사로 제한하고 홍콩 시민들이 이에 강력 반발하며 대륙과 홍콩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마카오에서도 친중 행정장관이 연임은 됐지만 직선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중국의 일국양제(一國兩制)와 민주주의가 시험대에 올랐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31일 베이징(北京)에서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방식을 규정한 ‘홍콩특별행정구 행정장관 보통선거문제와 2016년 입법회 구성에 관한 결정’을 표결 통과시켰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이번에 통과된 초안은 먼저 1,200명 안팎의 행정장관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한 뒤 이 위원회의 50% 이상이 지지한 사람만 행정장관으로 입후보하도록 해, 사실상 친중파 인사만 후보로 나설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홍콩의 행정 수반인 행정장관은 1997년 홍콩 반환 후 줄곧 선거위원회에 의한 간선제로 꼽혀 왔다. 그러나 2017년부턴 직선제를 도입키로 하며, 그 구체적 선출 방식이 큰 관심을 모아 왔다. 이에 앞서 전인대는 홍콩 정부의 정치개혁 보고서를 심의하고 “홍콩 행정장관은 반드시 애국 인사가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 정부의 이날 결정에 홍콩 시민단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시민단체 ‘센트럴을 점령하라’(Occupy Central)는 이날 전인대 결정이 나오자 마자 홍콩 시내에서 거리 행진에 돌입했다. 또 홍콩의 금융 중심지인 ‘센트럴’의 도로를 점거, 해당 지역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불복종운동과 수업거부운동 등도 추진키로 했다. 홍콩의 민주주의와 자치권을 중시하는 시민들은 선거위원회가 행정장관을 뽑는 현행 간선제에서도 선거위원 8분의1 이상의 추천만 받으면 행정장관 후보로 등록할 수 있는데 직선제를 실시하겠다며 오히려 추천 요건을 선거위원 과반으로 더 강화한 것은 ‘시대를 거꾸로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이는 민주화를 염원해 온 홍콩 시민들의 기대도 완전히 저버린 것이다. 그 동안 간선제로 뽑힌 홍콩 행정장관들의 지지율은 10% 안팎에 그쳤다. 지난 7월 홍콩의 민주화와 완전한 직선제를 요구하는 시위에는 50여만명이 참가했다. 시민단체들은 누구든 행정장관 후보로 등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중국 중앙 정부는 이러한 주장에 불순한 세력이 개입돼 있다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29일 “일각에서 홍콩을 중국 전복과 침투를 위한 교두보로 만들려 한다면 이것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못박았다. 외교부는 또 “홍콩은 ‘중국’의 특별행정구로, 홍콩의 사무는 중국의 내정에 속한다”며 “그 어떤 ‘외부 세력’도 홍콩의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외부세력’이란 영국이나 서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통제를 강화하려는 중국 중앙 정부와 민주화를 원하는 시민들의 갈등은 홍콩뿐 아니라 마카오에서도 불거지고 있다. 이날 마카오 특구 행정장관 선거에선 396명의 선거위원회 위원 중 380명이 투표한 가운데 유일한 후보로 나선 페르난도 추이(崔世安)가 연임됐다. 그러나 마카오양심(澳門良心), 마카오청년동력(澳門靑年動力), 개방마카오협회(開放澳門協會) 등 3개 시민단체는 최근 추이 장관 신임 여부와 2019년 행정수반 직접 선거에 대한 지지 여부를 묻는 비공식 시민투표에 착수, 당국과 마찰을 빚은 바 있다.
이처럼 중국 중앙 정부와 홍콩 및 마카오의 갈등이 커지며 그 동안 중국의 통치 원칙 중 하나였던 일국양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997년7월 홍콩 반환을 앞두고 덩샤오핑(鄧小平)이 주창한 일국양제는 홍콩과 마카오뿐 아니라 대만과의 통일까지 염두에 둔 것이었다. 일국양제가 시험대에 오르며 중국에 대한 대만인의 민심에도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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