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문창극 동영상 옹호 막말”
갈등 봉합 국면 KBS 새 기로에 서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의 동영상 강의 내용을 호의적으로 평가했던 뉴라이트 성향 사학자 이인호(78) 서울대 명예교수가 KBS 이사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KBS 안팎에서 강한 반발과 논란이 일고 있다. 7월 조대현 KBS 사장 취임으로 봉합 국면에 들어선 KBS 내부 갈등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KBS 새노조)는 30일 성명을 발표하고 “청와대가 개입해 기획한 낙하산(인사)”이라고 규정하며 이 교수의 이사 및 이사장 임명 반대에 나섰다. KBS 이사 추천권을 지닌 방송통신위원회의 야권 추천 위원들도 임명 반대 입장을 표명해 파장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방통위는 1일 오전 9시 긴급 전체회의를 열고 이 교수의 KBS 신임 이사 추천안을 논의한다. KBS 이사는 방송위의 추천 의견을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며 KBS 이사장은 이사들 호선으로 선출한다.
KBS 이사장은 이길영 전 이사장이 임기 1년여를 앞두고 29일 갑자기 사퇴해 공석이다. KBS 안팎에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이 교수의 이사 추천과 이사장 선출을 기정사실로 여기고 있다. 1998년 주러시아 대사로 임명되며 국내 여성 대사 1호가 됐던 이 교수가 이사장에 선출되면 첫 여성 KBS 이사장이 된다.
KBS 새노조는 이 교수의 역사인식을 문제 삼고 있다. 새노조는 성명을 통해 “이인호씨는 박근혜 정권 들어서면서 종편(종합편성채널)에 자주 출연해 식민지 근대화론에 기반한 뉴라이트 역사 인식을 설파하며 박근혜 정부를 적극 옹호해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KBS 새노조는 특히 이 교수가 KBS의 문창극 전 후보자 강연 보도를 비판하고 문 전 후보자의 발언을 옹호한 것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KBS의 문 후보자 관련 보도가 이달의 기자상 등 여러 상을 받았음에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중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이 교수의 이사장 내정엔 정권의 KBS 장악 속셈이 깔려있다는 입장이다. 새노조는 “(이 교수는) TV조선에 6월 19일 출연해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전체 강연은 ‘감동적’이었다며 반민족 운운하는 자는 제정신이 아니라는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며 “(이 교수의 이사장 내정을) 박근혜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음모로 규정하고 정권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성명에서 밝혔다.
방통위 야당 추천 인사들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김재홍, 고삼석 상임위원은 이교수의 이념적 편향과 공정성 훼손 가능성을 이유로 이 교수의 이사 추천안을 강력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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