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지방경찰청장에 구은수 청와대 사회안전비서관을 승진 내정했다. 충북 옥천 출신인 구 내정자는 지난해 12월부터 청와대에 들어가 박근혜 대통령을 보좌해왔다. 지난달 25일 취임한 강신명 경찰청장도 청와대 사회안전비서관을 거쳐 서울경찰청장에 임명됐었다. 이런 전례로 구 내정자는 청와대에 들어갈 때부터 “승진은 이미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들이 무성했다. 이번 인사로 ‘청와대 파견=서울청장 승진’이라는 공식이 다시 입증된 셈이다.
대통령 비서관이 잇따라 서울경찰청장이 된 사례는 과거 정부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경찰이 대통령의 친위조직이냐는 비판이 나올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 정부는 한 번도 아니라 두 번씩이나 이례적인 인사를 했다. 경찰 내에서조차 비판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줄만 잘 서면 승진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다는 우려가 많다. 현장 중심의 지휘관보다는 권력 부근의 인사들이 우대받는다는 생각을 자연스레 갖게 된다. 묵묵히 업무를 수행하는 상당수 지휘관들이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 근무 경력이 확실한 승진 통로로 여겨지면서 경찰 내에서 서로 청와대에 들어가려고 인사전쟁이 벌어진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번 인사로 경찰의 1ㆍ2인자가 ‘청와대 라인’으로 짜이게 됐다. 경찰이 시민의 안전보다는 대통령의 안위를 신경 쓸 가능성이 다분해 보인다. 실제 강 청장은 취임식에서 “각종 집회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또 “불법행위로 변질될 가능성이 현저한 경우에는 사전에 경찰력을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불법행위가 벌어지기 전에 그 가능성을 경찰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진압하겠다는 것은 위험할 뿐 아니라 위헌의 소지마저 있다. 박근혜 정부의 ‘불법 집회ㆍ시위 엄단 기조’를 충실히 따르는 것을 넘어 집회와 시위 자체를 억압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강 청장은 서울경찰청장 재임 시기에도 민주노총 사무실 강제진입과 세월호 추모 집회 참가 시민들에 대한 토끼몰이식 연행으로 비판을 받았다. 지난 4년간 6명의 서울경찰청장 중 집회ㆍ시위 관련 구속 인원이 가장 많았던 때가 강 청장 재임기간이었다. 구 내정자는 경찰 내에서 경비통으로 불려 강 청장과 같은 행보를 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국민의 인권과 치안 그리고 사회통합에 앞장서야 할 경찰이 정권에 편향적이어서는 곤란하다. 그런 이유로 정부는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인사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 저간의 사정이나 관례 등을 고려하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인사를 하는 이 정부의 강심장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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