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한국인 체형·정서 철저 분석해 옷에 반영… 현지화 전략으로 승부"

입력
2014.08.31 20:00
0 0

론칭 3년째… 패션시장서 선전, 30% 점유율로 매출 '깜짝 1위'

"색깔 있는 변화 기대해 달라"… 2016년 이후 중국 진출할 것

김정미 제일모직 에잇세컨즈 사업본부장
김정미 제일모직 에잇세컨즈 사업본부장

‘삼성이 하면 그래도 뭔가가 다르지 않을까?’

에잇세컨즈는 유니클로, 자라, H&M 등 글로벌 '패스트패션'업체들에 맞서기 위해 제일모직이 만든 제조유통 일괄 의류(SPA) 브랜드. 고품격 제품만을 고집해온 제일모직이 SPA브랜드를 내놓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것 자체가 현 국내 패션의류시장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그러나 론칭 3년째에 접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에잇세컨즈는 여전히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는 에잇세컨즈의 한계를 넘어 외산SPA브랜드에 점령당해 갈수록 설 땅을 잃고 있는 국내 토종퍠션의류업계의 위기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제일모직 에잇세컨즈 사업부문장인 김정미(44) 상무로부터 토종SPA의 가능성과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김 상무는 1993년 삼성물산으로 입사한 삼성그룹 여성공채 1기 출신으로 3년 전 첫 여성 임원시대를 연 입지전적 인물. 지난해 말 ‘특명’을 받고 에잇세컨즈 수장으로 긴급 투입된 그는 제일모직 명동 직영점 등에서 캐주얼을 직접 팔아보기까지 한 ‘실전의 달인’으로 상품기획과 영업마케팅 전문가다.

“글로벌 SPA 브랜드들의 성공도 결국은 자국시장에서부터 시작됐어요. 내셔널 브랜드라는 것이죠. 한국인의 특성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은 바로 한국인입니다. 글로벌 브랜드는 보기엔 그저 매력적이지만 한국인에게 최적화된 옷이라기 엔 뭔가 부족해요. 다소 시간이 걸려도 우리만의 정서와 문화, 체형 등을 철저히 분석, 옷 속에 반영하려는 것이 저의 에잇세컨즈의 차별화된 컨셉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토종SPA의 승산은 충분히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상무는 “에잇세컨즈가 추구하는 한국적 SPA 패션의 컨셉이 보다 더 무르익고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제조 유통 등 운영 시스템이 차곡차곡 갖춰져 조화를 이룬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본다. 역사가 말해주듯 패션업계에는 영원한 승자가 없기 때문”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물론 처음 생각한 것과는 많이 달랐다. 수십 년 역사와 경험을 가진 글로벌 SPA 공룡 브랜드들의 틈바구니에서 고충은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했다. “규모의 경쟁력을 요구하는 SPA사업은 단지 디자인과 상품력만 있다고 해서 되는 것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했어요. 기본적으로 박리다매이기 때문에 기획 디자인 제조 판매를 하나로 원활히 이어주는 운영역량이 체계적으로 구축되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사실 에잇세컨즈의 디자인 역량은 이미 시장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에잇세컨즈는 최근 오픈마켓에서 글로벌 SPA 브랜드를 제치고 30%의 점유율로 매출 1위에‘깜짝’등극하기도 했다. 한국인 체형에 맞는 디자인과 사이즈, 급변하는 패션트렌드를 반영한 빠른 상품 회전율이 성과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후발주자다 보니 아직은 원단소싱과 제조 등 공급라인과 협력이 원활하지 못해 자라나 H&M에 비해 제품 다양성에서 뒤쳐지는 게 사실이다. 또 유니클로와 견주어서는 베이직과 원단 품질에서 떨어지는 한계점을 노출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섬유 수출강국인 우리나라에 훌륭한 생산업체들이 많은데 최근 이들 역시 패션사업으로 방향을 틀면서 현재는 협력자면서도 앞으로 경쟁자 관계로 변화하는 분위기”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현재 동남아와 중국, 개성을 중심으로 원가 및 품질 경쟁력을 갖춘 협력기업들을 대거 발굴 중”이라며 “늦어도 올해 말이나 내년까지 취약점으로 꼽혀온 안정된 공급망 구축을 최대한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때문에 에잇세컨즈의 미래 가능성을 바라보는 패션업계의 시각은 비교적 낙관적이다. 통상 대형 패션 브랜드가 시장에 안착하는 데는 최소 3~5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2012년 2월 론칭한 에잇세컨즈는 출범 2년 만인 지난해 1,3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정도 속도는 자라나 H&M보다 훨씬 빠른 것이다. 무엇보다 제일모직 패션부문을 이끄는 이서현 사장(이건희 삼성회장의 차녀)의 강력한 의지와 지원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동력이다.

에잇세컨즈는 SPA브랜드 특성상 빠른 트렌드를 반영하고 저렴한 가격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국내 고객의 특성에 맞춰 가장 적합한 옷을 제공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김 상무는 “한국인의 체형과 정서를 고려한 현지화된 상품들을 선보여 보기에도 예쁘지만 실제로 입어도 예쁜 효과를 제공한다는 것이 한 마디로 에잇세컨즈의 패션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글로벌 브랜드마다 그들만의 특색이 있듯이 앞으로 에잇세컨즈의 색깔과 정체성을 장기적으로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에잇세컨즈도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토종브랜드로 국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다음, 동양 최고의 브랜드로 성장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선 일본의 간판브랜드 유니클로의 아성을 넘어야만 한다. 김 상무는 "에잇세컨즈가 베이직 라인의 강점을 가진 유리클로보다 패션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은 앞으로 주목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최고의 브랜드가 되기 위해선 중국시장 진출은 피할 수 없는 승부처다. 현재 국내시장 끌어안기에 올인하고 있는 에잇세컨즈는 2016년 이후 중국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상무는 “우리만의 차별화된 색깔과 정체성이 일단 국내에서 먹혀야 해외에 나가서도 글로벌 브랜드제품들과는 다른 ‘뭔가 새롭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기존 많은 기업 중국사업에 실패한 것을 교훈 삼아, 에잇세컨즈는 서두르지 않고 철저한 준비 과정을 거쳐 글로벌 진출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국내 유통채널에 대해“글로벌 브랜드들의 잇따른 대형매장 오픈을 통한 성장도 이제는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며 “고객들의 니즈와 트렌드를 고려한 플래그십 스토어 등 다양한 유통전략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학만 선임기자 loca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