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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나이키의 변신

입력
2014.08.3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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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하계올림픽 농구 결승전. 마이클 조던, 매직 존슨 등 초호화 멤버로 구성된 미국 드림팀은 크로아티아를 꺾고 우승컵을 안았다. 그런데 시상식을 앞두고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미국 농구팀 공식 스폰서는 아디다스였지만 조던 등 일부 선수들은 개별적으로 라이벌 나이키의 후원을 받고 있었다. 때문에 이 선수들은 나이키 로고의 TV노출로 인한 분쟁을 피하기 위해 상반신에 미국 국기를 두르고 시상대에 올라야 했다.

▦ 스포츠용품업계는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독일 아디다스의 독무대나 다름없었다. 이때 도전장을 내민 게 미국의 나이키다. 1963년 필립 나이트라는 청년이 육상코치를 지낸 빌 보우먼과 함께 창업해 육상선수의 신발을 개량해 팔던 나이키가 사상 처음 ‘스타마케팅’을 들고 나와 빅 히트를 쳤다. 기능성과 품질 못지 않게 신발 밑창까지 멋지게 디자인된 제품을 스포츠 스타들이 착용하면 일반인도 구매할 것이라는 예측이 적중한 것이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행사, 또는 국가대표팀을 집중 후원해 온 아디다스와 차별화, 스타 개인에 대한 소비자의 환상과 감성을 자극했다.

▦ 나이키는 2012년 또 한번 중요한 선택을 했다. 당초 글로벌 정보통신(IT)업체들이 주도할 것으로 예상됐던, 손목에 차는 스마트워치 시장에 뛰어들어 ‘퓨얼밴드(Fuelband)’를 내 놓았다. 걷거나 뛰는 모든 움직임이 측정돼 밴드 화면에 표시되고 애플 아이폰에 연결, 전용 앱을 설치하면 운동량이 그래프로 나타나 다른 이용자와 경쟁하며 운동을 즐길 수 있다. 나이키는 이 제품으로 지난해 미 경영전문 월간지 패스트컴퍼니에 의해 세계 50대 혁신기업 중 1위에 뽑혔고, 업그레이드된 신제품도 출시했다. 이쯤 되면 더 이상 스포츠용품 회사가 아니다. 경쟁상대도 아디다스가 아니라 삼성전자라고 해야 맞다.

▦ 그런 나이키가 삼성전자와 파트너십을 맺고 공동 개발한 ‘러닝 앱’을 조만간 선보인다고 한다. 2006년 신발에 센서를 부착해 MP3 플레이어인 아이팟을 통해 사용자의 운동량을 보여주는 등 애플과 오랜 동맹관계를 구축해온 점을 볼 때 이례적 행보다. 삼성 스마트워치 ‘삼성기어S’를 통해 제공될 러닝 앱은 다양한 형태의 운동량 측정 기능이 담겨 있다. 떠오르는 웨어러블 헬스케어 시장에서 유리한 진용을 갖출 수 있다면 누구와도 손 잡겠다는 합종연횡의 포석인데, 어떤 파장을 낳을지 주목된다.

박진용 논설위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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