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망라한 주요 작가 작품 소개
남송(1127~1279)의 수도였던 항저우는 문학, 예술, 철학이 꽃피운 유서 깊은 고장이자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중 하나다. 베이징의 중앙미술학원과 함께 중국의 양대 미술학교로 꼽히는 중국미술학원이 이 곳에 있다. 중국 현대미술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1985년 중국미술학원 출신 작가들이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반기를 들고 중국 현대미술 운동을 시작했다. 황용핑, 차이궈창 등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가들이 항저우 사람이다.
항저우의 산샹(三尙)당대미술관에서 한국 현대미술 작가들을 대거 소개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1990년 개관해 항저우에서 가장 오래된 사립미술관이고 주요 작가들이 거쳐가 중국 미술계에서 영향력이 큰 곳이다.
‘한국 현대미술: 우리가 경탄하는 순간들’이라는 제목으로 다음달 28일까지 하는 이 전시는 항저우에서는 처음인 한국 현대미술전이다. 거장 백남준(1932~2006)과 이우환(78)부터 김아타(58) 유근택(49) 이용백(48) 이세현(47) 홍경택(46) 오윤석(42) 권순관(41) 김기라(40) 박지혜(33) 장종완(31)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작가들로 여러 세대를 망라하고 회화, 사진, 설치, 비디오 등 다양한 장르로 전시를 구성했다. 그동안 중국에서 한국 현대미술은 특정 세대나 흐름이 주로 소개됐다.
8월 29일 개막식에는 유명 설치미술 작가 관화이핑, 서양화가 진양핑, 수묵화가 왕동링 등 중국미술학원 교수들과 미술 관계자, 중국 취재진 등 100여 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진양핑 교수는 “항저우는 중국 미술사에서 중요한 도시지만 현대미술 전시는 드물다”며 “이번 전시는 항저우 예술가들에게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미술 월간지 ‘예술당대’의 쉬커 부주간도 “한국 미술 작품을 이렇게 많이 보기는 처음“이라며 “관객과 수집가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전시“라고 말했다.
이 전시는 미술계에서 ‘중국통’으로 알려진 윤재갑 상하이 하오미술관 관장이 기획하고, 한국 화랑인 학고재갤러리가 산샹당대미술관과 함께 주최했다. 학고재의 상하이 갤러리는 다음달 12일부터 중국 최초로 백남준 개인전을 연다.
항저우=글ㆍ사진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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