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료비 포함... 전국 최초 발의
부천시 최저임금+7%, 400명 혜택
재정부담·위법소지 해결해야 할 숙제...협의체·지자체 연대 등 의지 필요
“한꺼번에 많은 금액을 올리기보다는 매년 꾸준히 높여 조례의 취지를 살려야 합니다.”
지난 22일 경기 부천시의회 집무실에서 만난 강동구(42ㆍ3선) 시의원은 서울 등 각 지자체로 확산되고 있는 생활임금조례 제정 움직임에 대해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완보완심(緩步緩心)’을 강조했다.
강 의원은 법으로 제정된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생활임금 조례’를 전국에서 가장 처음 발의, 지난해 12월 입안에 성공했다. 3월부터 부천시에서 관련 조례가 적용된 이후 서울 노원구, 성북구 등 수도권 지역 자치단체들이 입안했거나 준비 중이고 전국적으로 80여 지자체에서 관련 조례 제정에 팔을 걷고 나서는 등 빠르게 확산되는 분위기다.
다소 생소한 ‘생활임금’에 대해 강 의원은 “주거비, 식비 등 최소 생계비용 외에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 필요한 문화비, 의료비 등을 포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천시의 경우 2013년 기준 최저임금은 시급 5,210원이지만, 생활임금이 적용되면 7% 정도 많은 5,580원을 받을 수 있다. 부천시와 공공계약을 체결한 대상자들은 모두 생활임금 이상을 지급받을 수 있는데, 적용 대상자는 400명 가량이다.
강 의원은 그러나 “한꺼번에 생활임금 인상 폭을 높이면 오히려 재정부담으로 인해 지속성, 확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자칫 일회성, 선심성 행사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각 지자체마다 재정 사정이 다르겠지만, 당장 산하 공단ㆍ재단 및 용역 단체와 장기적으로 산하 복지관 등의 근로자들에게도 모두 적용해야 하는데 이 부담이 연간 수십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부천시는 올해 생활임금을 ‘최저임금+7%’로 하고, 내년에 +8.5%, 그 다음해는 +12% 안팎 등 단계적으로 최저임금과의 격차를 넓혀갈 예정이다.
그는 이런 재원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활임금 추진위원회 같은 협의체 구성을 강조했다. 부천시의 +7%라는 수치는 부천시민들과 공무원, 정치인들로 구성된 노사민정 위원회의 ‘생활임금 추진위원회’가 지난 수 년간 끊임없는 자료 분석과 오랜 심층 논의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이 조례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당장 생활임금 조례를 강제할 상위법이 없다. 위법의 소지가 있는 것이다. 법제처도 상위법령인 ‘최저임금제’를 무시하고 의회가 조례로 일정금액 이상을 지급토록 하는 것은 자치단체장의 고유권한인 예산편성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강 의원은 “분명한 하자를 안고 운영되는 애매한 상황”이라며 “장기적으로 추진돼야 할 조례인 만큼 엄격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행정명령’이다 보니 구청장이 바뀌거나 시 재정 상황이 어려우면 지속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 강 의원은 “의지를 갖고 있는 지자체 끼리 연대해 상위법 개정에 관한 청원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글ㆍ사진=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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