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의 중징계를 받은 후 잦은 사퇴설에도 임기 완주를 고집해 왔던 김종준 하나은행장이 갑자기 사퇴 의사를 내비쳤다. 명분은 하나ㆍ외환은행의 성공적인 조기통합을 위해 희생하겠다는 것. 김 행장의 사의 표명이 노사갈등으로 지지부진한 두 은행의 조기통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김 행장은 29일 “(하나ㆍ외환은행) 통합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양행 통합이 가시화하는 시점에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하나ㆍ외환은행 조기통합에 대한 노사 합의를 마치고 금융당국에 통합 승인을 신청하는 시점이 되면 사실상 물러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나금융지주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통합을 미룬다는 것은 경영진으로서 조직에 대한 배임, 주주에 대한 배임이라는 김정태 회장의 말을 듣고 김 행장이 백의종군하겠다는 뜻을 세웠다”며 “성공적인 조기통합을 위한 한 알의 밀알이 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행장은 지난 4월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에서 하나캐피탈 사장 시절 저축은행 부당 지원과 관련해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 경고를 받았다. 이후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무언의 압력을 받았지만 내년 3월까지 남은 임기를 마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런 김 행장이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태도 변화를 보인 것은 외환은행 노동조합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하나ㆍ외환은행의 조기통합이 진전을 보지 못하자 그룹 내부에서 승부수로 의견 조율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김 행장이 KT ENS 사기 대출과 관련해 금감원의 추가 제재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으로 압박감을 느낀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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