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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ㆍ향ㆍ촉감까지… 오감전송시대 성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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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ㆍ향ㆍ촉감까지… 오감전송시대 성큼

입력
2014.08.29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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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 냄새 전송기 상용화

스마트폰과 연결해 문자오면 한가지 향 내뿜어

30만달러에도 月 1만개 인기, 10가지 향 카트리지 개발 중

맛ㆍ감촉 전송 연구도 활발

혀에 전기신호 보내 맛 느끼게, "디지털 푸드로 진화할 것"

포옹 느낌 전송 실험도 성공

다이어트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삼겹살이나 치킨 등 기름진 음식의 유혹을 견뎌 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심지어 한 유명 여배우는 다이어트를 위해 기름진 음식이 먹고 싶을 때 고기를 씹되 삼키지 않고 뱉어낸다는 말을 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체중 조절을 위해 먹고 싶은 음식의 맛, 냄새와 씨름하고 있다. 하지만 더 이상 이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된다. 실제로 고기를 먹지 않고도 고기의 맛을 느끼고 냄새를 맡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상대방과 스마트폰을 통해 냄새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후각 외에도, 전자기기를 통해 맛을 느끼고, 원격의 상대를 만질 수 있는 기술들이 하나 둘씩 발명되고 있다.

전자기기를 통해 주로 보고 듣는 감각을 사용해 온 현대인들에게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하는 기술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상용화가 앞당겨질 전망이다.

파이낸설타임스는 29일 연구자들과 기술자들이 오랫동안 전자제품을 통해 냄새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핸드폰으로 사진을 보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능뿐 아니라 아로마향이나 새로 나온 향수의 냄새를 맡을 수 있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전송할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먼 훗날의 이야기가 아니다. 19세기 의사이자 시인, 하버드대학 교수인 올리버 웬델 홈즈는 “기억, 상상, 연상작용은 모두 다른 수단보다는 후각으로 가장 전달이 쉽다”라고 말했다.

후각과 미각은 컴퓨터로 의사소통을 하는 분야의 차세대 키워드다. 아드리안 척 런던시티대학교 퍼베이시브컴퓨팅학 교수는 “후각과 미각은 감정, 기억력과 연관된 대뇌 변연계와 관련돼 있다”며 “냄새는 아날로그여서 전달하는 것이 다른 감각보다 더 어렵다. 소리 전달은 MP3에 소리를 집어 넣는 것과 비슷한 과정이다”고 말한다.

후각과 미각을 비롯한 오감을 의사소통에 활용하는 방안은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첫 번째 상품은 일본 회사가 생산하는 ‘센티’다. 새로운 전자기구에 가장 수용적인 일본에서 이 제품은 30달러의 가격으로 한 달에 1만 개씩 팔리고 있다. 이 제품은 미국 판매도 앞두고 있다.

지난해 일본 챗퍼프사가 만든 '센티(scentee)'. 스마트폰 이어폰 단자에 끼우고 전용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해 이용자들끼리 갖가지 향기를 주고받을 수 있다. ㆍ챗퍼프 홈페이지
지난해 일본 챗퍼프사가 만든 '센티(scentee)'. 스마트폰 이어폰 단자에 끼우고 전용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해 이용자들끼리 갖가지 향기를 주고받을 수 있다. ㆍ챗퍼프 홈페이지

센티는 화학용품 기반의 제품이라는 점에서 아날로그다. 센티는 스마트폰의 헤드폰 단자를 꼽는 곳에 끼워 사용하며 문자가 오거나 알람이 울릴 때 베이컨 냄새나 커피향과 같은 냄새를 뿜어낸다. 센티는 한 번에 한 가지 향을 내기 때문에, 원하는 향의 카트리지를 구입해야 한다. 전용 카트리지 용량은 2ml이며 향료의 성분은 계면 활성제와 정제수를 사용하고 있다. 0.5초 분무시 약 100회 정도 연속 사용 할 수 있다. 가습기 원리를 응용하여 향료를 분무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높은 가격과 낮은 효율성으로 카트리지의 판매량이 늘지 않자 척 박사팀은 10개의 냄새를 담은 카트리지를 발명하고 있다.

척 박사는 “일단 이 기술들이 완벽히 완성되면, 우리는 냄새를 전달할 수 있게 된다”고말했다. 또 “잉크젯 프린터와 같은 제품 한 개에 100개의 밸브가 있는 기구를 만들 수 있게 될 것이고 많은 종류의 냄새를 만들 수 있는 실시간 조합 처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대 못지 않게 한계 역시 뚜렷하다. 아직 이론에만 그친 연구 성과가 많은 데다 보완할 점이 수두룩하다는 점을 척 박사도 인정했다.

전 세계의 다른 연구원들 역시 이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척 박사는 2013년 한 학술지에 기고한 글에서 이 분야가 ‘완전한 혼동의 상황’임을 언급했다.

척 박사의 주장은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 것일까. 척 박사는 자신의 연구 부서와 협력하고 있는 스페인 북쪽의 유명한 레스토랑 무가리츠에서 만들어진 냄새들을 담아 전달해 이를 증명했다. 레스토랑 입장에서는, 음식의 냄새를 전달하는 것을 레스토랑의 홍보 도구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참깨 냄새가 나는 무가리츠 아로마를 비롯해 사프란과 블랙 페퍼 향이 있다.

척 교수팀은 또한 냄새 전달 방식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화하는 단계를 연구 중이다. 그는 “냄새를 전기 신호에 의해 맡을 수 있게 됨으로써 우리 연구의 논점은 화학 제품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에 맞춰졌다”고 말했다.

척 교수는 전자기기에서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그와 그의 연구팀은 뇌에서 전자적으로 인공적인 맛을 만들어내는 제품을 만든다. 그것은 금속 자재가 반짝거리는 회로판인데 이 장치에 혀를 대고, 컴퓨터 화면에 나타나는 맛 중 하나를 클릭하면 혀에 맛이 느껴진다. 단 맛과 짠 맛, 쓴 맛이 현재 개발 중이다. 전기적으로 냄새를 전송하기 위해 연구팀은 ‘감정 인지’에 특화된 프랑스의 한 신경과학 실험실과 협력해 연구하고 있다.

척 박사는 “입 안에 작은 자석 코일을 넣어 후각 신경구에 파동을 일으키는 자기장을 통해 만드는 원리로 마치 입에 넣는 플라스틱 마우스커버와 같은 형태”라고 설명했다. 척 박사는 전자 미각 전달 기술이 ‘디지털 푸드’의 발달로 이어질 것이라고 자부한다. 그는 “디지털음악처럼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맛을 전달할 수 있게 되고 새로운 맛을 만들어내기 위한 기술들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런 기술들은 커피 등 어떤 사물을 복제하는 것이 아니면서도 디지털 후각과 미각에 기반한 새로운 음식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감 중 촉각을 이용하는 기술개발을 위해 척 박사는 전자기기를 서로 만지며 의사 소통하는 연구에 집중했다. 센티를 제외하고도 척 박사와 그의 제자들은 이미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척 박사 팀에서 박사학위를 밟고 있떤 제임스 테가 자폐아들을 위한 ‘허깅 재킷’을 만들었고 이를 현재까지 판매하고 있다. 이 재킷을 통해 자폐아들이 수천 마일이 떨어진 곳에서 부모가 안아 줘도 이에 반응하는 것이 실현됐다.

아직까지 척 교수 연구팀의 발명품 중 어느 것이 인기를 얻을지 예상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인간 감정에 대한 끊임 없는 관심과 순수한 연구열을 높이 평가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그들이 가능성이 없는 영역을 연구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센티의 시험판매에 성공하고 유명인의 강연이 올라오는 온라인사이트 ‘테드 톡’에서 이해하기 쉬운 강연으로 척 교수는 논란이 많은 특이한 아이디어들도 그럴싸해 보이게 만들었다. 척 박사가 일반인들이 보기에 회의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도들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게끔 성공적으로 전환시킨 요인은 무엇일까. 해답은 간단하다.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과 의사 소통을 하고자 하는 바람에 응했기 때문이다. 척 박사팀의 연구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박경균 인턴기자(서울시립대 영문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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