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단문단상] 진은영 시집 ‘훔쳐가는 노래’ 중 ‘그 머나먼’ 일부

입력
2014.08.29 16:22
0 0

김 뿌린 센베이 과자보다 노란 마카롱이 좋았다

더 멀리 있으니까

가족에게서, 어린 날 저녁 매질에서

엘뤼아르보다 박노해가 좋았다

더 멀리 있으니까

나의 상처들에서

진은영 시집 ‘훔쳐가는 노래’ 중 ‘그 머나먼’ 일부

자취하기 위해 집을 보러 다니던 중 오각형의 방을 보고 열광하는데 엄마가 말했다. “이런 건 재수 없어.” 꼭대기 층이라 한쪽 천장이 사선으로 비스듬히 기운 방을 계약하려 했더니 엄마는 또 말했다. “여긴 장롱 하나 못 세워.”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 노란 장판과 갈색 창틀과 검정색 자개농이라는 걸 당신은 왜 모를까. 노란 장판 위에서 스스로를 속이고 갈색 창틀에 기대 섣부른 독설을 날리고 자개농 안에 처참한 패션감각을 채워 넣었던 지난 인생으로부터의 도피라는 것을 당신은 왜 모를까.

황수현기자 so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