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뿌린 센베이 과자보다 노란 마카롱이 좋았다
더 멀리 있으니까
가족에게서, 어린 날 저녁 매질에서
엘뤼아르보다 박노해가 좋았다
더 멀리 있으니까
나의 상처들에서
진은영 시집 ‘훔쳐가는 노래’ 중 ‘그 머나먼’ 일부
자취하기 위해 집을 보러 다니던 중 오각형의 방을 보고 열광하는데 엄마가 말했다. “이런 건 재수 없어.” 꼭대기 층이라 한쪽 천장이 사선으로 비스듬히 기운 방을 계약하려 했더니 엄마는 또 말했다. “여긴 장롱 하나 못 세워.”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 노란 장판과 갈색 창틀과 검정색 자개농이라는 걸 당신은 왜 모를까. 노란 장판 위에서 스스로를 속이고 갈색 창틀에 기대 섣부른 독설을 날리고 자개농 안에 처참한 패션감각을 채워 넣었던 지난 인생으로부터의 도피라는 것을 당신은 왜 모를까.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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