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스마트폰에 갇혀 무능해지는 인간 기계ㆍ자동화 맹신에 대한 경고장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스마트폰에 갇혀 무능해지는 인간 기계ㆍ자동화 맹신에 대한 경고장

입력
2014.08.29 16:13
0 0

니콜라스 카 지음ㆍ이진원 옮김

한국경제신문 한경BP 발행ㆍ368쪽ㆍ1만6,000원

컴퓨터가 인간을 바보로 만든다는 말은 정말일까. 이 같은 경고에 당장 머리 속에 떠오르는 건 주의력 약화, 인내심 결핍, 근력 감소 정도다. 그러나 기계화의 뚜렷한 폐해를 눈으로 확인하지 않은 이상 인류가 컴퓨터를 내려놓을 또는 약간 밀어둘 가능성은 요원하다. 북극의 얼음이 녹아 내리는 것을 보고도 꿈쩍하지 않는 인간이 아닌가.

그러나 기계로 인해 우리가 겪을 변화가 단순한 주의력 감소가 아닌, 가령 자동차 운전자에서 승객으로 위치가 바뀌는 차원의 문제라면 어떨까. 무인 자동차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구글 개발자 세바스찬 스런은 2010년 자신의 블로그에 무인 자동차 개발을 발표했다. 넓은 공터 위에서 조심스레 움직이는 시험용 무인 자동차가 아니라 번잡한 교차로와 고속도로와 러시아워의 거북이 운행을 모두 경험한 진정한 무인 자동차로, 구글은 10년 이내에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술의 눈부신 발전에 인류는 일단 환호했다. 그러나 운전이라는 행위에 비단 노동의 요소뿐 아니라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가진 기술을 총동원하며 정신을 다해 몰입하는 가운데 성취감을 느끼는 것까지 포함돼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라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니콜라스 카의 ‘유리감옥’은 걷잡을 수 없이 가속화하는 기계화?자동화를 향해 들어올린 멈춤 신호다. 디지털 사상가인 카는 디지털 기기에 종속된 인간의 정신이 어떤 식으로 타격을 받고 있는지에 주목해왔다. 2010년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로 퓰리처상 비소설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던 그는 이번 책에서도 비슷한 주제에 천착한다. “왜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은 무능해지는가?”

저자는 스마트폰에 고개를 처박은 세대에게 모호한 위협을 던지는 대신 실질적인 ‘피해 사례’를 조목조목 짚는다. 자동조종이 해제된 조종간에 익숙지 않은 비행사들로 인해 추락 사고가 늘고 암 세포를 감지하는 기계의 활용빈도가 높아지면서 의사들의 실수가 잦아지는 것 등이다. 전문직에 종사하지 않는 일반인들도 그의 경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스스로 움직이는 차가 인간의 삶을 한층 풍요롭게 만들 것 같지만 실상은 차 안에 멍하니 앉아 스마트폰으로 페이스북에 접속하는 생활만이 우리를 기다린다는 것이다.

“고된 일을 기피하면서 도전적인 취미에 참여하는 경우는 없다. 우리는 게을러지고 그러다가 지루하고 초조해진다. 외부에 집중할 게 없어지니 우리의 관심은 우리의 내부로 쏠리고, 결국 에머슨이 말한 ‘자의식의 감옥’ 속에 갇혀 버린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