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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는 중동을 남극만큼도 생각 안 할 것...그곳에 석유가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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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는 중동을 남극만큼도 생각 안 할 것...그곳에 석유가 없다면"

입력
2014.08.2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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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와 아슈카르, 중동을 이야기하다

노엄 촘스키ㆍ질베르 아슈카르 대담ㆍ강주헌 옮김

사계절 발행ㆍ2009년ㆍ519쪽ㆍ2만2,000쪽

노엄 촘스키
노엄 촘스키

노엄 촘스키 "이라크가 석유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한복판에 있기 때문에 美, 2003년에 침략한 것"

질베르 아슈카르
질베르 아슈카르

질베르 아슈카르 "친이스라엘 압력단체보다 석유관련 단체가 美외교정책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

‘화약고’ 중동이 위태롭다. 4년째 진행 중인 시리아내전이 좀 시들해진다 싶으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 유혈사태가 지구촌에 어둠을 드리웠다. 이스라엘군의 민간인 공격으로 세계의 여론이 떠들썩한 사이 이라크도 혼돈에 빠져들었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세력을 급속히 확장하면서 이라크 정정이 흔들리고 있다. 군대를 철수하고 불개입을 원칙으로 내세웠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행동에 나섰다. 적극적인 개입이냐 소극적인 개입이냐는 정세 분석과 전망이 나온다.

2007년 8월 이라크 바쿠바의 미군 검문소 근처에서 미군이 사주경계를 서고 있는 동안 한 이라크 경찰관이 거리에서 잠을 자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07년 8월 이라크 바쿠바의 미군 검문소 근처에서 미군이 사주경계를 서고 있는 동안 한 이라크 경찰관이 거리에서 잠을 자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중동은 왜 혼돈의 땅, 세계의 화약고가 된 것일까, 피의 충돌은 해결 불가능할 일일까, 미국이 중동과 인연을 끊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의 중동 정책을 깊이 들여다 보는 대담집 ‘촘스키와 아슈카르, 중동을 이야기하다’는 정답까진 아니어도 근사치에 가까운 답들을 제공한다.

언어학과 인지과학 등에서 뚜렷한 업적을 남긴 석학 노엄 촘스키는 중동 문제에 대해서도 넓고 깊은 지식을 지녔다. ‘숙명의 트라이앵글’(시대의 창 발행)과 ‘촘스키 고뇌의 땅 레바논에 서다’(이후 발행) 등이 그의 고민과 연구가 낳은 중동 문제 저작들이다. 질베르 아슈카르 런던대 동양ㆍ아프리카대학(SOAS) 교수는 레바논계 프랑스인으로 중동 문제 전문가다. 촘스키와 아슈카르는 스티븐 샬롬 윌리엄 패터슨 대학 교수의 주선으로 2006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미국이 중동 정책을 결정할 때 가장 중시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두 사람은 석유라고 입을 모은다. 촘스키는 아예 “중동에 막대한 유전이 없다면 (미국의) 정책 결정자들은 중동에 대해 남극만큼도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미국은 1970년대까지 세계 주요 산유국이었다. 당시에도, 2000년대 들어서도 중동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 않다.

촘스키에 따르면 미국은 세계 경제 전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중동 석유에 대한 통제권을 손에 넣고 싶어한다. 촘스키는 “이라크가 세계에서 석유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지역의 한복판에 위치하기 때문에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한 게 분명”하다고 규정한다. 아슈카르는 “미국이 중동의 석유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비산유국인) 동맹국 일본의 충성을 보장 받을 수 있는 것”이라며 촘스키의 주장에 동조한다. 그는 “석유를 둘러싼 러시아와 중국, 일본과 미국의 전략적 행동을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세계 정치의 흐름을 올바로 파악할 수 없다”고 덧붙인다.

두 사람은 중동 석유의 중요도가 미국의 이스라엘 정책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미국 상층부에 포진한 유대인들이 미국 정부의 친이스라엘 정책에 강한 입김을 발휘한다는 선입견에 반대한다. 아슈카르는 “이스라엘이 미국의 정책을 좌우한다고 믿는 건,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고 믿는 거나 똑같다”고 일갈한다. “친이스라엘 압력단체에 비해서 석유 관련 압력단체가 미국의 외교정책에 훨씬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덧붙인다. 1960년대 아랍 민족주의자들이 이라크와 알제리, 리비아 등 산유국에서 정권을 쟁취하면서 미국의 이익을 감시해줄 중동의 파수꾼으로서 이스라엘의 역할이 부각됐다고 아슈카르는 주장한다.

촘스키는 미국 내 친이스라엘 정서의 등장을 1960년대 베트남전과 흑백 갈등에서 찾기도 한다. “미국이 베트남 정도를 짓밟아버릴 수 없다는 사실에 분개하고” 있을 때 “(1967년) 갑자기 이스라엘이 튀어나와 아니꼬운 제3세계(아랍)를 깔끔하게 처리하는 방법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시리아에 대한 미국의 기회주의적 입장의 배경도 거론된다. 시리아를 강경하게 대하던 미국은 1976년 시리아의 레바논 침공을 인정했다. “시리아의 역할이 팔레스타인인을 학살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특별히 반대할 이유가 없었던”(촘스키) 거다. “미국과 이스라엘에 우호적이던 기독교 우익세력이 팔레스타인 조직과 레바논 좌파의 연대에게 밀려 패배 직전에 있었던”(아슈카르) 것도 이유로 제시된다. 책은 이라크가 직면한 혼란을 8년 전 이미 예감한다. 아슈카르는 “아랍 수니파가 내란의 가능성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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