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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어려운 사람 도우니 자연스레 마음의 문도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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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어려운 사람 도우니 자연스레 마음의 문도 열려"

입력
2014.08.29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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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범 SH벽산2단지 임차인대표회의 회장
홍종범 SH벽산2단지 임차인대표회의 회장

홍종범(69ㆍ사진) SH벽산2단지 임차인대표회의 회장은 40여명으로 구성된 금천구 아파트협의회 모임에서 단연 인기스타다. 경찰차가 하루에도 10여차례 출동할 정도로 주민간 다툼이 극심했던 아파트에 평화가 찾아오도록 묵묵히 텃밭을 가꾼 장본인이다. 다른 아파트 회장들은 주민간 통합 비결을 묻는다. 그럴 때마다 홍 회장은 “삶이 어렵다고 해서 남을 돕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며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돕다 보니 스스로 보람을 찾았고, 다른 주민들도 자연스레 그 마음을 헤아리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어느 정도로 주민간 다툼이 심했나.

“지금 생각해보면 가난하다 보니 마음도 가난했던 것 같다. 주민들은 갑자기 살던 곳이 판자촌에서 아파트로 바뀌었다. 하지만 여전히 가난의 굴레에선 벗어나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마음도 각박했다. 분양 아파트 주민들이 지저분하다는 소리만 하더라도 멱살잡이를 하며 심하게 다퉜다.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보니 임대 주민간에도 사이가 좋지 않았다. 특히 학교에서 조차 자식들이 임대 아파트에서 산다고 놀림의 대상이 되는 건 참기 힘들었을 것이다. 구청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중재를 유도했다.”

-텃밭 조성이 중재였나.

“2단지 주민이라도 화합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우리도 남들을 도울 수 있다는 자부심도 갖고 싶었다. 여기 주민들은 나이도 많고 몸도 불편한 분들이 많다 보니 평일에도 시간이 났다. 이분들이 열정적으로 텃밭을 조성했다. 그리고 만족스럽지는 못했지만 첫해 수확한 배추 등으로 김장을 담아 옆단지에 있는 고아원에 전달했다. 어려운 사람들이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니 의아해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그러면서 차츰 마음을 열었던 것 같다.”

-통합을 꿈꾸는 다른 마을에게 조언한다면.

“통합 모범 사례로 지난해 선정되다 보니 문의를 많이 받는다. 재능기부를 부탁하는 곳이 생길 정도다. 사람을 돕자고 시작한 일인 만큼 형식적으로 하지 않고 정성을 다해 내 일처럼 하면 된다. 다른 건 없다. 가진 게 있던 없던 최선을 다해 돕다 보면 진심은 감동으로 전해진다. 돈보다는 마음이 진정한 친구가 되는 길이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김명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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