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새 드라마 '아홉수 소년' 인디음악 입힌 에피소드로 안방노크
감각적 영상 완성할 인디음악 기대

케이블 방송 tvN의 새 금토 드라마 ‘아홉수 소년’은 인디 음악을 드라마의 주요 소재로 삼는다. ‘응답하라 1994’의 공동 연출자였던 유학찬 PD는 ‘아홉수 소년’의 제작 발표회에서 이 드라마의 음악이 각각의 에피소드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과연 어떤 종류의 인디 음악이냐에 따라 질감이 다르겠지만 예상컨대 다분히 감성적이고 위트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보다 더 흥미로운 건 이 드라마가 음악과 결합되는 방식 자체다.
대중음악은 애초에 미디어와 밀접했다. 1960년대의 록 음악은 당시 청년 세대와 밀착해 성공했는데 여기에 크게 기여한 것이 라디오다. 비틀스가 바다 건너 미국으로 ‘침공’할 때 라디오 뉴스는 10시간 이상 소요되는 이동 루트를 생중계로 보도했다. 1980년대 MTV의 성공은 말할 필요 없이 가구당 두 대 이상 설치된 텔레비전 덕분이었다. 1980년대의 10대들은 거실이 아닌 자신의 방에 놓인 텔레비전을 통해 마이클 잭슨, 듀란 듀란, 마돈나의 뮤직비디오를 볼 수 있었다. 1990년대 팝의 지구적 성공 배경에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시스템이 존재했다. 셀린 디옹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가수 중 하나가 된 건 ‘타이타닉’의 무시무시한 성공 덕분이었다. 21세기의 대중음악은 드라마 삽입곡과 유튜브 공유 버튼을 통해 시장을 선점한다.
중요한 건 음악이 점차 영상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9년에 유니버설, 소니뮤직, 아부 다비 미디어가 지분을 나눠 투자한 고화질 동영상 서비스 베보(VEVO)는 현재 가장 대표적인 동영상 채널이 되었고 2000년의 ‘C.S.I.’나 ‘어메이징 레이스’ 이후 급성장한 드라마ㆍ리얼리티 쇼는 각 에피소드에 삽입된 음악이 곧장 싱글 차트 상위권에 진입한다는 공식을 낳았다. 현재 가장 유명한 록 밴드 대다수가 그렇게 해서 알려졌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2000년 이후 등장한 한류는 한국 드라마를 통해 동아시아라는 시장을 개척했고 사운드트랙 역시 곳곳에 소개되었다. 조수미, 이문세 등 중견 가수들의 ‘고급’ 사운드트랙에서 아이돌 그룹 멤버의 솔로, 인디 밴드의 음악에 이르기까지 드라마 사운드트랙은 한국 음악이 해외로 진출하는데 가장 중요한 통로가 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 그리고 ‘아홉수 소년’의 기획은 시사적이다. 음악과 영상은 문자나 서사보다 감각적이고 즉각적이란 공통분모를 가진다. 그런데 음악이 중심이 되는 드라마라니, 일종의 장편 뮤직비디오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이런 흐름이 tvN이란 케이블 방송국에서 등장한다는 것 또한 의미심장하다. tvN의 모회사인 CJ E&M은 최근 회사의 전략적 방향을 방송사에서 콘텐츠 제작사로 전환하며 큰 폭의 전략적 변화를 보이고 있다. 엠넷, tvN을 비롯해 뮤지컬이나 음악, 영화와 같은 CJ E&M의 부문 사업이 점점 저작권 확보와 OSMU(원 소스 멀티 유즈)의 방향을 띠는 건 우연이 아니다. ‘아홉수 소년’과 같은 드라마가 기획되는 기저에는 음악 산업의 미래적 변화와 비전이 존재한다. 과연 이를 계기로 한국의 인디 음악도 한반도의 중력을 거슬러 글로벌 시장을 돌파할 수 있을까. 나로선 이제 막 시작한 드라마에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된다.
대중음악평론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