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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안 되는데 선생님은 답답하다고 다그치기만"

입력
2014.08.2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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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진의 원인은 읽기 능력 부족 환경적 영향 등 정확히 진단해야"

김중훈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 고영권기자youngkoh@hk.co.kr
김중훈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 고영권기자youngkoh@hk.co.kr

“초등학교 때는 수학을 0점 맞은 적도 있어요. 나는 왜 공부를 못할까, 왜 열심히 해도 안 될까 고민을 하다 고등학교 때 무단조퇴를 하기도 했죠.”

초등학교 교사인 김중훈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은 초등학교때 글을 읽지 못했던 학습부진 학생이었다. 그는 “교대 4학년때 교생실습을 나가니 70여명의 동료들 중 반장을 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은 나 혼자였다”고 말했다. 때문에 그는 2000년 교사로 임용된 이후 학습부진 학생들에 대한 느낌이 남다를 수 밖에 없었다. 요즘은 아예 학교를 휴직하고, 좋은교사운동에서 학습부진 학생들을 위한 ‘배움찬찬이연구모임’을 꾸려 활동중이다.

그의 학창 시절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기대에 차서 초등학교에 들어갔는데 막상 글을 못 읽는다고 야단맞고 창피당하고…. 허구헌 날 나머지 공부를 했어요.”

알림장을 제대로 못 적어서 숙제를 빼먹고 매일 남아 숙제를 해야 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전교생 앞에서 주훈을 발표하는데 글을 똑바로 못 읽어서 망신을 당한 기억이 아직도 또렷하다. 자신의 이름인 김중훈과 김종훈을 구별하지 못하고, 단락을 뛰어넘어 읽는 등 난독 증세가 있었지만 교사들은 “학년이 올라가면 자연히 좋아지겠지”라며 개입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3학년이 되어서야 한글을 뗐다. 당시 담임교사가 그 날 배운 내용을 그대로 다시 써보라는 숙제를 냈는데, 그 숙제를 하느라 매일 엄청난 양의 글을 쓰다 그제서야 한글을 익히게 된 것이다. 글을 읽을 줄 알게 되면서 사회, 과학 성적이 올랐다.

그는 ‘내가 바보는 아니구나’라고 깨달았지만 국어, 수학, 영어는 여전히 힘든 과목이었다. 중학교 시절 영어단어 시험을 보는 날은 으레 맞는 날이었다. 일정 개수 이상 단어를 외우지 못하면 매를 맞았는데 아무리 열심히 해도 외워지지 않았단다. 김 정책위원은 “영어 교과서를 펼쳤더니 구분되는 것은 검정색과 흰색뿐이었다”며 “그렇게 맞아가면서 열심히 공부했는데도 나는 왜 알 수 없을까 스스로가 정말 한심스러웠다”고 회상했다. 그는 “교사들은 본인들이 공부를 잘했기 때문에 노력을 해도 안될 수 있다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며 “선생님들은 내가 게을러 공부를 못한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이후 김 정책위원은 “교사가 되면 공부 못하고 헤매는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을 것”이라며 교사의 꿈을 키웠다. 기억력을 활용해 소리 내 읽는 방법으로 공부해서 교대에 입학했고, 결국 교사가 됐다. 그가 학교에서 반드시 했던 일은 학생들의 알림장 검사였다. “숙제 등 학교에서 전달하는 내용을 알림장에 적지 못 하는 애들이 꼭 있었는데 그런 아이들일수록 더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자신이 학습 부진을 경험했음에도 ‘왜 가르쳐도 학생들이 모를까’라는 답답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배움찬찬이연구모임에서 학습부진에 대해 깊이 있게 공부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됐다. “선생님 입장에서야 답답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아이들에겐 학습을 따라올 수 없는 이유들이 너무 많았다”고 했다.

대부분 가정의 돌봄을 받지 못하는 등 환경 탓이 컸고, 학습장애도 더러 있었다. 김 정책위원은 “외국에서는 학습부진의 원인이 뭔지 정밀하게 진단해서 조기에 개입하는데 우리나라는 시험점수만 올리려고 하고, 점수를 올리기 위해 문제풀이만 시킨다”고 지적했다. 학습부진의 주된 원인이 읽기 능력 부족에 있다는 것을 발견한 김 집행위원은 의사, 언어치료사와 함께 체계적인 한글 문해 프로그램 교재를 펴내기도 했다.

“이 시대에 가장 힘들어 하는 아이들은 누구일까 생각해봤어요. 공부가 어려워서 배움의 기쁨을 가질 수 없는 아이들의 고통을 우리가 너무 오랫동안 외면하고 있었구나…. 이 아이들을 실질적으로 도울 방법을 계속해서 찾아나갈 겁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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