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법률비용보험에 가입한 A씨는 이듬해 4월 지인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다. 지인이 2009년 3월 빌려간 1,500만원을 갚지 않아 대여금 청구소송을 한 것. 소송에서 이긴 A씨는 보험사에 변호사 선임비용과 송달료 등 소송비용 300만원을 청구했지만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보험사는 약관에 ‘보험기간 중에 피보험자에게 발생한 사건’에 한해서만 보상해주는데 A씨가 돈을 빌려준 시점이 보험가입 전이어서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말했다.
2010년 2월 보험에 가입한 B씨는 같은 해 6월 민사소송에 휘말려 2011년 4월 부분 승소했다. B씨가 항소했지만 법원은 원심 판결을 인정해 항소를 기각했다. B씨는 보험사에 1심과 항소심에서 썼던 소송비용 600만원을 청구했지만 보험사는 1심과 항소심 결과가 동일해 1심에 따른 소송비용만 지급했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LIG손해보험이 2009년 개인들이 거액의 송사에 휘말릴 경우에 법률비용을 지원해준다며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출시했던 법률비용보험을 출시 4년 만인 지난해 슬그머니 판매를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상품 관련 민원이 수백 건씩 접수되면서 꼬리를 내린 것. 하지만 1만2,000건 넘는 상품 판매가 이뤄진 만큼 가입자들의 민원은 여전히 끊이지 않는 상태다.
문제는 상품의 약관이 허술해 보험가입자들이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 어렵다는 것. 금감원에 분쟁조정 신청을 내야 그제서야 보험금이 지급된다. 전문가들은 보험사들이 약관을 허술하게 만들어놓고 막상 보험금을 지급할 때는 보험사에 유리하게 약관을 해석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꼼수를 부린다고 지적했다. 보험금을 받지 못한 A씨가 금감원에 분쟁조정 신청을 내자 금감원은 ‘피보험자에게 발생한 사건’은 A씨가 지인에게 돈을 빌려준 시점이 아닌 돈을 받지 못해 문제가 생긴 시점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보험사에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통보했다. 금감원은 B씨의 경우도 약관에 ‘각 심급별 하나의 소송에 한해 보상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1심과 2심의 결과가 동일하다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보험사가 약관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라며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했다. 이 밖에도 집단 소송일 때나, 재판 기간이 길어져 보험가입 기간을 넘길 경우 등 다양한 변수가 생길 수 있는데 이에 따른 보장범위도 약관에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약관에 나온 용어가 명확하지 않아 해석을 두고 보험사와 고객간의 분쟁 소지가 많은 상품”이라며 “보험 상품 약관 심사를 강화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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