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측이 비용 문제 등 시비"
20일 조직위에 불참 통보
남북관계 개선 물꼬 기대 무산
북한이 다음달 19일 개막하는 인천 아시안게임에 응원단을 파견하지 않겠다고 28일 밝혔다. 응원단 파견은 북측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시험해 볼 수 있는 바로미터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북측의 거부로 우리측이 지난 11일 제안한 2차 고위급 접촉 성사도 다소 불투명해지면서 남북간 경색 국면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손광호 북한 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조선중앙TV의 대담프로그램에 출연해 “남측이 우리 응원단을 대남 정치공작대니, 응원단의 규모가 어떻다느니, 공화국기 크기가 어떻다느니, 심지어 비용 문제까지 거론해서 실무회담이 결렬됐다”며 “우리는 이번 아시아경기대회에 응원단을 파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손 부위원장은 이어 “우리는 남측이 응원단을 우려하면서 시비를 하는 조건에서 보내지 않기로 했다”며 “8월 20일 (아시안게임 조 추첨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인천에 간 대표단이 남측 조직위원회와 당국에 이 같은 내용을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남북은 지난달 17일 실무접촉을 갖고 응원단 파견문제를 논의했지만 북측이 우리 대표단의 협상 태도를 문제 삼으며 퇴장해 결렬됐다. 우리 정부는 응원단 체류 비용을 지원해달라는 북측의 요구에 대해 국제 관례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북한은 지난 22일 “선수단 273명을 파견하겠다”며 우리측에 서면으로 통보해왔다.
당초 우리 정부는 북측 응원단 파견→남북 화해 분위기 조성→2차 고위급 접촉 성사→남북관계 개선 물꼬라는 시나리오를 염두에 뒀다. 이에 28일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하루 일찍 종료하는 성의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북측이 응원단 불참을 통해 남 측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해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응원단 파견에 따른 비용 문제 등에 우리가 유연성을 보이지 않고 북측을 압박한 것이 부메랑이 돼서 돌아온 격”이라고 말했다.
북측의 입장에서도 응원단 파견에 따른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측으로서는 응원단 파견이 관계개선 의지로 비칠 수도 있지만 선발된 인원이 대부분 북한의 상류층이어서 남한 체류 이후 김정은 체제에 해가 될 수도 있는 ‘양날의 칼’”이라고 분석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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