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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노사정대화를 복원하려면

입력
2014.08.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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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4일 박근혜정부의 2기 경제팀이 새로운 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일명 ‘최경환노믹스’로 일컬어지는 경제정책에는 가계소득과 기업소득의 선순환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내수활성화와 민생안정, 그리고 경제혁신을 주된 정책방향으로 밝히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 주도의 경제정책을 둘러싸고 많은 찬반 논란이 벌어지고 있지만, 심각한 양극화의 덫에 빠져 있는 우리 경제가 일본식의 장기침체로 치닫지 않도록 가계소득 증대와 내수 진작을 중시하는 정책기조로 과감히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있는 점은 반길 만하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여러 정책과제의 하나로서 노사정대화의 복원을 통해 대화와 타협의 상생적 노사관계를 구축하겠다고 공언한 것도 전향적인 변화라 생각된다. 경제양극화와 사회불평등, 저출산 고령화, 서민가계 궁핍, 내수부진, 성장동력 약화 등과 같이 날로 심각해지는 국가적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사정의 합심과 협력이 절실히 요구되기 때문이다.

1997년 외환위기 발발 직후 절체절명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당시 노사정 대타협의 사회협약은 큰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그 사회협약에 포함됐던 정리해고제 및 파견근로제의 시행, 그리고 정부주도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반발해 1999년 초 민주노총이 탈퇴함으로써 사회적 대화기구로 활동하던 노사정위원회는 절름발이 신세로 전락했다. 이후 노사정위원회는 경제사회발전을 위한 정책협의기구로 법적 위상이 강화됐으며, 일자리창출ㆍ인적자원개발ㆍ노사관계 개선 등을 위한 노사정합의의 적잖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럼에도 작금의 노사정위원회를 살펴보면 일반 국민이 별로 사회적 존재감을 느낄 수 없는 무력한 기구로서 전락한 듯하고, 심지어 하는 일 없이 세금 축내는 식물기관으로 전전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신랄한 비판을 받기도 한다. 노사정위원회가 이렇게 된 배경에는 민주노총의 장외투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노사간의 불신과 적대감에 가로막혀 산적한 사회경제적 정책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한 생산적인 사회적 대화가 제대로 수행되지 못하는 사정이 주되게 작용하고 있다. 이에 더해 친기업 국정을 표방하던 이명박정부가 임기 내내 노조를 적대시하는 정책을 펼친 데 이어 현 정부에서도 그동안 전교조와 공무원노조의 불법화,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강권탄압을 고집하며 ‘노동 없는’ 노동정책을 일관함으로써 노사정대화는 더욱 파행에 이르게 됐다.

전후 유럽의 민주적 사회대화체제에 정통한 미국의 필리페 슈미터 교수는 노사정대화의 성공조건으로 노사단체의 배타적 이익대표성, 노사의 대등한 역관계와 국가권력으로부터 자율성, 그리고 정부의 중립적 중재역할을 꼽고 있다. 이에 비춰보면 노사단체의 조직적 대표성, 노조-재계의 불균등한 역학구도 및 정부 의존성, 정부의 기업편향적 정책기조 등으로 특징되는 우리 노사관계 현실에서 사회적 대화가 원활하게 작동하기를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식의 허황된 기대로 치부될 수 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탈리아ㆍ네덜란드ㆍ아일랜드 등에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대화의 필요조건을 갖추지 못하였음에도 고실업과 저성장의 엄중한 위기상황에 직면하자 노사정의 주체적 결단과 상호호혜적 타협을 통해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회협약을 체결해 훌륭하게 당시의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 활성화와 사회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국가사례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결국 노사정대화의 성사여부는 노사정 주체들이 당면한 위기상황을 직시해 상호 불신과 갈등에서 벗어나 상호 존중의 파트너십에 입각, 위기를 극복하려는 타협과 협력을 도모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가가 관건이라 하겠다.

최경환 경제팀이 진단하듯 우리나라 경제는 구조적이며 복합적인 문제들에 봉착하고 있다. 그런 만큼 정부가 강조하듯 침체일로에 있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노사정의 상생적 대화와 타협이 모색되는 것이 당연한 정책처방이라 하겠다. 그런 만큼 교착상태의 노사정 대화를 온전히 복원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정책파트너로 존중하려는 정부의 태도변화, 그리고 노정관계의 정상화가 제대로 이뤄지길 기대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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