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6일부터 시중은행 4곳을 상대로 금리 담합 의혹에 대한 조사에 전격 착수했다. 이번 조사는 2012년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담합 조사 때와는 달리, 여수신 금리 전반에 걸쳐 대규모로 진행되기 때문에 은행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공정위의 갑작스런 움직임은 우선, 박근혜 대통령의 은행권에 대한 ‘금융보신주의’ 질책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는 은행들이 무담보, 무보증 기술금융에 소극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 금융통화운영위원회의 금리인하 조치에도 불구하고 대출금리가 눈곱만큼 낮아지는데 그치자 이를 추궁하는 한편, 2012년 CD금리 담합 조사에 대한 마무리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러 분석들을 종합해볼 때 공정위가 다시 칼을 빼든 것은 시중은행이 금융당국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계속 금리를 불투명하게 운영하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미 은행들이 CD금리를 조작해왔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상당부분 공정위의 조사가 진행되어있는데다, 지난해 말 이후 시중금리가 하락하는데도 CD금리가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았다는 점도 금융당국의 의심을 받고 있다.
특히 금융통화운영위원회가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연 2.25%로 인하했으나 은행들은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를 오히려 더 벌렸다. 예ㆍ적금 금리는 0.3%~1.9% 가량 대폭 인하하면서 대출금리는 0.02~0.09%로 찔끔 내려 예대마진 폭을 더욱 늘린 것이다. 또 고금리시절 만들어져 너무 과다하다는 지적을 받는 1.5%대의 조기상환수수료나 20%를 넘나드는 연체금리 등 각종 수수료 대해서 은행들이 손을 대지 않는 상황이다.
은행은 예금과 대출금리 차이인 예대마진을 통해 수익을 챙기는 구조다. 하지만 기준금리가 오를 때는 대출금리는 잽싸게, 예금금리는 느리게 올린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예금금리는 잽싸게, 대출금리는 천천히 내린다.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하자고 금통위가 금리를 인하했더니 오히려 은행들만 이익을 챙기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이 바람에 고객들은 속이 뒤집힌다. 금리의 변동은 예금과 대출에 유사하게 적용되는 것이 사리에 맞는데도 은행은 기회만 오면 금리 적용의 시간차를 이용해 수익을 올린다. 다른 돈벌이 수단이 마땅치 않으니 대출자의 고혈을 짜는 것이다. 가계대출의 35%에 가까운 400조원 이상이 CD금리 등에 연동되어있다. 따라서 기준금리 변동은 대출자에게 커다란 영향을 준다. 공정위가 이번만큼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시중은행의 금리운영이 투명해지도록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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