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주, 성시경, 샘 오취리 등 추석 특집프로그램 섭외 공들여
지상파 예능 몰락 씁쓸한 단면
이국주, 성시경, 샘 오취리, 이진욱…
최근 방송가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연예인들이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케이블 채널과 종편에서 떴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상파 방송은 추석 특집프로그램에 이들을 섭외하기 위해 불을 켜고 있다. '지상파 전성시대'가 옛말이라는 것을 지상파 스스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의리녀’로 뜬 개그우먼 이국주는 케이블 채널 tvN ‘코미디 빅리그’로 8년이라는 무명시절을 이겨냈다. '코미디 빅리그' 속 '코빅열차'에서 벙거지 모자를 쓰고 콧수염을 붙인 채 연신 “의리!”를 외치며 배우 김보성을 패러디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러자 지상파 방송들이 반응했다. MBC ‘무한도전'을 비롯해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 KBS '해피투게더3' 등 지상파의 내로라하는 인기 예능에서 연이어 러브콜을 보냈다.
가나 출신 샘 오취리와 배우 이진욱도 케이블에서 스타로 발돋움했다. 샘 오취리는 tvN '섬 마을 쌤'(2013)에 출연, 한국 섬 마을을 찾아가 어르신에게는 한글을 알려주고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시청자들은 그의 따뜻하고 자상한 면모에 호감을 보였다. 샘 오취리는 이후 JTBC '비정상회담'과 tvN '황금거탑', MBN '달려라 꽃마차'에 고정 출연했다.
이진욱은 2%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한 tvN '로맨스가 필요해'(2012)와 '나인:아홉 번의 시간여행'(2013)에 주연으로 출연해 입지를 다졌다. 그는 KBS ‘스파이 명월’(2011), KBS ‘강적들’(2008), MBC ‘에어시티’(2007) 등에 출연했지만 성적이 그리 좋지 않았고 단독 남자 주인공도 아니었다. 그러나 케이블 채널로 건너와서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영화 ‘시간이탈자’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가수 성시경은 진한 농담을 풀어놓는 솔직함으로 JTBC ‘마녀사냥’이 3%에 가까운 시청률을 내는데 일조했다. 여세를 몰아 '비정상회담'과 ‘오늘 뭐 먹지?’(올리브 TV)의 진행자가 된 성시경은 MBC의 추석 특집 ‘띠동갑내기 과외하기’에도 출연한다.
이들에게 공통점은 또 있다. 이들이 출연한 프로그램이 모두 케이블과 종편의 ‘히트 상품’이라는 점이다. 지상파의 천편일률적인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에 대결구도를 가미한 ‘코미디 빅리그’, 외국인 토론으로 4%의 시청률을 넘긴 ‘비정상회담’, 미국이 리메이크를 결정한 드라마 ‘나인’, TV 연애상담소 열풍을 몰고 온 '마녀사냥' 등이 그렇다. 유재석, 강호동, 이효리 등 몸 값 높은 스타 진행자에 의존하는 토크쇼가 뚜렷한 한계를 노출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지상파 예능국의 한 PD는 “예전에는 지상파가 발굴한 스타를 케이블 채널이 높은 출연료로 빼내가곤 했는데 이제는 반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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