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으로 모셔 온 LG의 아와모리 술동이 올해 열릴까
LG가 3년의 공을 들여 문을 연 이천 챔피언스파크에는 각종 최신식 시설이 구비된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공간이 있다. LG의 역사를 한 눈에 돌아볼 수 있는 각종 자료를 전시해 놓은 사료실이다. 전신인 MBC 청룡 시절의 낡은 입장 티켓부터 빛 바랜 언론 자료까지 야구단의 흔적을 한 눈에 돌아볼 수 잇는 LG 박물관이다.
그 중에서도 출입구 바로 앞에 놓여 있는 커다란 항아리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 유명한 LG의 ‘우승 축배’로, 일본 오키나와산 특산 ‘아와모리’ 소주다. 누룩만으로 증류해 만든 알코올 도수 35도 이상의 독주다.
1994년 봄, 선수단 격려차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찾은 구본무 LG 그룹 회장(당시 구단주)이 선수단 회식 자리에서 이 술을 나누어 마시다가 “올 시즌 우승하면 축승회 때 이 술로 건배합시다”고 제의했다. LG 구단은 귀국길에 아와모리를 여러 통 사 들고 들어왔고, 그 해 가을 창단 두 번째 우승을 한 자리에서 기분 좋게 술잔을 채웠다.
기분 좋은 징크스로 여긴 LG 구단은 이듬해 전지훈련을 마친 뒤에도 이 술을 다시 사 들고 귀국했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18년간 열리지 않는 술이 바로 이천 사료실로 자리를 옮긴 그 때 그 아와모리다. 흘러간 세월만큼 술독을 봉해 놓은 종이 색깔은 누렇게 변색됐다. 백순길 LG 단장은 “잠실구장에서 이 곳으로 옮길 때 한번 흔들어 보니 약간 찰랑거리는 느낌이 남아 있더라”고 말했다. 구입 당시 항아리 입구까지 꽉 채워졌을 술은 18년의 세월과 함께 상당량이 증발한 것으로 보인다.
우승을 하면 개봉하기로 했던 이 술은 정규시즌 2위로 11년 만의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지난해 열릴 뻔했지만 플레이오프 탈락으로 아쉽게 또 미뤄졌다. 술은 잠실구장에서 이천으로 모셔 올 만큼 LG의 가보와 같은 존재가 됐다. 극적인 레이스로 4강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LG의 요즘 분위기는 19년 만에 아와모리 술동이를 열 기세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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