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5일 미국 애리조나에서 9세 여자 아이가 사격 훈련을 하던 중 총기 오발로 사격 교관이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이 일로 미국 내에서 총기 사용 찬반 논란이 다시 불거질 조짐이다. 어른도 아니고 아이들이 총기를 다루도록 해야 하는가 하는 미국을 제외한 다른 선진국에서는 너무도 낯설 정도의 논쟁이다.
BBC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법적으로 총기를 다룰 수 있는 연령 제한이 없다. 아이들이 총을 만지고 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전적으로 부모에게 결정권이 있다. 아이들에게 총기 사용을 가르치는 것을 옹호하는 사람은 사격이 아이들에게 존경심과 규율을 가르쳐준다고 믿는다.
미국 총기폭력예방 법률센터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자녀가 있는 미국 가정에서 한 정 이상의 총기를 가진 비율은 31%에 이르렀다. 이중 상당수의 부모들이 어린 나이의 자녀에게 총기를 다루는 법을 가르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미국 아이들은 총기 문화에 익숙하다. 가을 사슴사냥이 허용되는 첫 날 학교가 쉬는 지역도 있다. 미국의 한 무기 제조 회사는 아이들에게도 총기를 판매한다. 크리켓 파이어암사는 ‘내 첫 소총’(my first rifle)이라는 이름을 붙여 성인용보다 화력이 약하고 크기가 작은 어린이용 라이플을 만들어 팔고 있다.
단거리 달리기 선수였던 다비드 프린스와 그의 아내는 텍사스주 루이스빌에 사격장 이글 건 레인지를 2년 전에 열었다. 8세 정도의 아이들에게 사격 훈련을 시키고 이들의 생일 파티까지 사격장에서 챙겨준다. 프린스는 “우리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사격을 즐길 수 있도록 최대한 가족적인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한다”며 “아이들은 비디오 게임 속 총에 익숙해 자칫 실제 총에 대한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할 수 있어서 총이 위험하다는 것을 가르친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년들을 위한 총기 사용법’이라는 책을 쓴 실비오 칼라비는 “무작정 어린이들의 총기 사용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인터넷에 접속하면 실제 총기로 사격하는 다섯 살 아이들의 사진을 볼 수 있는데 이 장면을 본 뒤 아이에게 총을 쥐어주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칼라비는 그러나 아이들의 총기 사용을 무조건 반대하는 사람들 역시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그들은 커피 테이플 밑에 장전된 총기들이 놓여있고 끔찍한 총기 사고가 일어나는 것은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상상하지만 사격을 하는 사람 대부분은 총을 상당히 숭배하고 안전 장치를 채워 보관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총기 논쟁이 너무 극단적인 찬반 의견뿐인 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칼라비는 “사격을 하는 사람들은 이를 취미생활로 여기는 동시에 총기 사고 가능성 등을 충분히 알고 있다”며 그의 아들의 경우를 들어 “12세에 직접 총기를 써보고 사격이 어떤 것인지를 이해한 뒤 더 이상 총기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박경균 인턴기자(서울시립대 영문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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