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문고 1년 이정후
날렵한 체구에 검게 그을린 얼굴, 그라운드를 거침없이 질주하는 모습까지 아버지를 쏙 빼 닮았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44) 한화 코치의 장남 휘문고 이정후(1년) 얘기다.
보통 1학년은 벤치를 지키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이정후는 주전 자리를 꿰찼다. 이명섭 휘문고 감독은 “실력으로 당당히 주전 선수로 나서는 것”이라며 “재능이나 수비, 송구, 주루 플레이 등 아버지를 뛰어 넘을 자질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후는 28일 군산 월명야구장에서 열린 제42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1회전 순천 효천고와의 경기에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2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2득점을 기록했다.
이정후는 1회 첫 타석에서 중견수 뜬 공으로 물러났고, 4회 무사 1루에서는 희생타를 기록했다. 방망이는 6회에 침묵을 깼다. 0-1로 뒤진 6회 무사 1루에서 1루수 방면 내야 안타를 쳤다. 처음으로 출루에 성공한 이정후는 6회 1사 1ㆍ2루에서 4번 김종선의 3루타 때 홈을 밟아 결승 득점을 올렸다. 7회 네 번째 타석에서는 2루 땅볼로 물러났지만 8회 마지막 타석에서 선두 타자로 나가 중전 안타를 치고 멀티히트를 완성했다.
이정후는 경기 후 “최대한 볼을 많이 보려고 했고 안 좋은 공은 커트해서 팀에 도움이 되려고 했다”며 “꾸준히 안타를 치고 득점 기회를 만드는 것이 내가 할 몫”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경기에 나갈 때는 1학년이라 생각하지 않고 3학년 형들이랑 똑같이 한다는 생각으로 임한다”면서 “올해 팀 성적이 잘 안 나왔는데 봉황기가 마지막 대회인 만큼 4강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람의 아들 2세이기 때문에 ‘바람의 손자’로 불린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그는 “매일 경기가 끝나면 아버지와 통화하면서 기술과 정신적인 부분에 대한 조언을 받는다. 이번 대회 전에도 ‘잘하고 오라’는 얘기를 해줬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그늘이 부담스럽지 않냐는 질문에는 “장차 아버지를 뛰어 넘는 선수가 되겠다. 큰 부상 없이 지금까지 뛰고 있는 것을 보면 아버지로부터 좋은 몸을 물려받은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군산=김지섭기자 oni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