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는 27일 기후변화에 따라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거릿 찬 WHO 사무총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300명 이상의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인류 건강과 기후변화’ 국제회의에서 “기후 변화가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는 증거는 명백하다”며 “이를 해결할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하고 이를 기반으로 선제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WHO가 이날 회의에 맞춰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장기간의 혹서, 생활용수 오염, 홍수와 가뭄으로 인한 흉작 등 기후변화 영향으로 이미 수만 명이 매년 목숨을 잃고 있다. 2030년과 2050년 사이에는 혹서에 취약한 노년층 사망, 설사와 말라리아 등 각종 질병의 만연, 어린이 영양실조 등이 증가하면서 매년 약 25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아울러 기후변화에 따른 직접 의료비용도 2030년께는 매년 20억~4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WHO는 이에 따라 우선 콜레라, 말라리아, 뎅기열 등 기후 변화에 민감한 전염병들에 대한 감시와 통제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는 등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 나가기로 했다.
회의에서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위원회(IPCC)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알리스터 우드워드 교수는 지구 온도는 애초 금세기 말까지 2도 정도 높아질 것으로 보았지만 4도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각국 정부가 온실가스 방출을 줄일 것을 합의한다면 매년 200만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다양한 전염병이 증가하는 것은 인류 건강에 큰 위협이라며 말라리아, 뎅기열, 주열흡충병 등이 새로운 서식지인 아시아나 아프리카 등으로 번져 나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WHO 공중보건·환경 담당 국장인 마리아 네이라 박사는 “지난 2012년에는 대기오염으로 전세계에서 700만명이 숨졌고 이는 사망자 8명 중 1명”이라며 “각국이 협조해 온실가스 방출을 줄이고 청정에너지 생산을 늘리는 등 기후 변화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이런 희생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WHO 가족·여성·어린이 건강 담당 부국장인 플라비아 부스트레오 박사도 “기후변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계층은 빈곤층이나 장애인, 어린이 등”이라며 “기후변화로 인한 생명 위협 요소들을 줄여나가려는 적극적 노력이 없다면 앞으로 인류는 심각한 생존의 위협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WHO는 29일 이 폐막 때 9월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정상회의와 내년 파리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회의에 보낼 권고안을 채택할 예정이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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