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최근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을 겪어온 베트남에 각종 ‘간섭’을 배제한 채 문제를 풀 것을 제안했다. 미국의 개입을 차단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27일 베이징(北京)에서 응웬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의 특사인 레 홍 아잉 당 정치국원 겸 상임서기와 만나 “이웃나라끼리 충돌하는 것은 피하기 힘든 일이지만 중요한 건 어떤 태도와 방법으로 대처하느냐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양국은 전통적인 우호 관계를 지켜 나가면서 각종 간섭을 배제한 채 관련 문제를 적절하게 처리해야 한다”며 “여론을 정확하게 유도하고 육성, 양국 국민들이 호감을 갖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은 “인접국은 이사도 갈 수 없는 법”이라며 “중국과 베트남은 모두 공산당이 다스리는 사회주의 국가”라고 강조했다. 레 홍 아잉 상임서기도 “베트남은 중국과 함께 최선을 다해 소통하며 협력을 강화,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길 바란다”고 답했다.
시 주석과 레 홍 아잉 상임서기의 만남은 중국과 베트남 갈등이 일단 봉합 수순으로 접어들었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지난해 10월 영유권 분쟁 해역에선 공동 탐사를 벌이기로 합의한 양국은 지난 5월 중국이 파라셀(중국명 시사ㆍ西沙) 군도 해역에 석유 시추 장비를 일방적으로 설치하며 그 동안 갈등을 겪어 왔다. 양국 선박간 충돌이 이어졌고 베트남에서는 반중 시위로 중국 투자 공장들이 불타고 중국인들이 숨지기도 했다. 그러다 중국이 지난달 시추 장비를 전격 철수시키면서 긴장이 다소 완화됐다.
실제로 레 홍 아잉 상임서기는 이날 류윈산(劉雲山)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만나 양국 관계 발전 3대 원칙에 공감대를 이루기도 했다. 양당 지도부가 양국 관계에 대한 지도를 더 강화하고 각 분야의 교류를 확대하며 사태를 더 복잡하게 하거나 확대하는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양국간 관계가 곧바로 회복될 지는 미지수다. 중국과 베트남은 1979년 ‘중국-베트남 전쟁’을 치르는 등 지난 수십 년간 분쟁과 화해를 거듭했다. 중국은 여전히 시사군도 해역에 대해선 분쟁이 있다는 것 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 중국이 그럼에도 베트남과 마주 앉은 것은 미국의 개입 여지를 차단하겠다는 뜻이란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이와함께 중국이 남중국해의 또 다른 영유권 분쟁 국가인 필리핀보다 베트남에 먼저 다가간 것은 베트남의 군사력이 필리핀보다 훨씬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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