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부터 13년간 발생한 비용만 195조원
여성이 임신·출산·육아로 경제활동을 포기한 데 따른 사회적 비용이 2000년부터 13년간 195조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경력단절을 방지하지 못해 매년 15조원의 비용을 치른 셈이다.
28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국회예산정책처 발주로 작성한 '여성 경력단절의 사회적 비용 조사' 보고서에서 이런 분석 결과를 밝혔다.
국내에서 여성의 경력단절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어느 정도인지 추정한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여성이 출산·육아로 직장을 그만두거나 잠시 쉬었다가 임금이 더 낮은 직장에 취업한 데 따른 임금손실액, 재취업에 들인 교육훈련비, 정부가 여성 경력단절 방지를 위해 쓰는 예산 등을 합쳐 사회적 비용을 추산했다.
2000∼2012년 사이 발생한 사회적 비용 195조원 가운데 경력단절 이후 임금을 받지 못해서 발생한 손실액이 120조원(61.5%)으로 가장 컸다.
재취업을 하기 전까지의 임금 손실액과 재취업 이후 감소한 임금 손실액은 64조원(32.8%)으로 추산됐다. 경력단절 여성들은 보통 이전 직장보다 임금을 더 적게 주는 직장에 재취업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취업할 수 있는 곳에 대졸 경력단절 여성이 재취업하는 등 과잉투자된 교육비용은 3조5천억원, 재취업을 위해 쓰는 교육훈련 비용은 1천800억원이었다.
정부가 올해 여성 경력단절을 방지하기 위해 투입하는 정책 예산 6천100억원을 토대로 추산한 12년간의 정책 비용은 7조9천억원 가량이다.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등 각 부처에서 지출하는 관련 예산은 여성 경력단절이 지금같이 심각하지 않다면 납세자의 부담이 되지 않았을 비용이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조선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학력 여성이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고용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높은 인력이 활용되지 못하는 데 따른 경제적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경력단절 여성은 195만5천명으로 전체 기혼여성 971만3천명의 20.1%를 차지한다. 결혼하고서 취업하지 않은 여성 406만3천명 가운데 절반이 경력단절 여성으로 집계된다.
경력단절 여성 중 30∼39세가 108만1천명(55.3%)으로 가장 많고, 40∼49세(27.2%), 15∼29세(11.2%), 50∼54세(6.3%)가 뒤를 이었다.
저출산·고령화로 생산활동 인구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여성 인력 활용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의 25∼54세 여성 고용률은 지난해 61.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인 66.5%보다 낮은 수준이다. 스웨덴(82.8%), 노르웨이(81.6%), 독일(78.6%), 프랑스(76.3%) 등 유럽 선진국에는 크게 못 미친다.
이에 따라 정부도 지난 2월 육아를 위한 단축근무를 할 경우 받을 수 있는 단축급여를 통상임금의 40%에서 60%로 확대하는 등 '일하는 여성을 위한 생애주기별 경력 유지 지원 방안'을 내놨다.
조선주 선임연구위원은 "여성의 경력단절 방지를 담당하는 관련 부처가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등 5개 부처로 다양한 만큼, 정책 시행의 점검과 평가를 체계적으로 통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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